포항시, 상가번영회와 마찰로 준공일 넘겨
내달 2~3일 공사 재개 11일께 완공키로

▲ 이달 말까지 복원이 계획되어 있던 포항 송도해수욕장 평화의 여신상이 29일 오후까지도 훼손된 모습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평화의 여신상이 복원된다는 소식을 듣고 잔뜩 기대에 부풀었는데…”

29일 오후 포항 송도해수욕장 `평화의 여신상` 주변 의자에 앉아 통기타를 연주하던 시민 이모(64·남구 해도동)씨는 물끄러미 조형물을 바라보며 말했다. 때마침 셀카봉을 든 20대 커플이 평화의 여신상 주변을 서성거리다 사진촬영을 포기하고 돌연 바다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이씨는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 이곳에 옵니다. 본격 피서철을 맞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여신상은 아직 시민들과 관광객들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지 않네요”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50년 만의 복원으로 기대를 모았던 포항 송도해수욕장 평화의 여신상이 달라진 모습을 약속한 날짜는 이달말. 하지만 달라진게 없는 예전 모습그대로다. 여신상 곳곳이 갈라져 표면이 일어나 있고 왼쪽 팔꿈치와 등, 허벅지와 엉덩이 부분이 훼손돼 시멘트 속살을 훤히 드러내고 있다.

지난 1968년 7월 12일 송도해수욕장 입구에 세워진 평화의 여신상은 그동안 태풍과 해풍 등 자연적인 영향으로 두 손에 들고 있던 월계수 가지 등 조형물 곳곳이 훼손되기 시작했다. 이에 부분 보수를 반복해오다 지난 2007년 모래사장 유실 등을 이유로 해수욕장이 폐장되면서 여신상의 모습 또한 사라졌다. 이후 도시계획에 따른 해안도로 개설로 평화의 여신상은 현재의 위치로 돌아왔다. 하지만 거듭된 표면 덧칠로 인해 조형물이 점차 본래 모습과는 달리 비대해지면서 지난해 9월부터 복원공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결국 포항시는 지난 4월말 평화의 여신상을 원형대로 복원키로 결정하고 5, 6월 두 달간 1억원을 들여 높이 5.4m(좌대 2m, 여신상 3.4m)의 조형물을 준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이곳 조형물 주변에는 바리게이트가 쳐져 있으며 복원공사는 마무리되지 않았다. 평화의 여신상 옆에 걸린 복원공사 안내 현수막에는 본래 공사기간을 `2015.5~6.25`로 적혀 있지만 지금은 `25`를 스티커로 가려놓았다. 약속한 날짜를 한 차례 미뤄 예정된 완공 기간을 넘긴 상태다.

인근 송도 주민들은 약속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크게 실망하고 있다.

송도해수욕장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주말엔 특히 해수욕장 방문기념으로 사진촬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여전히 공사 중인 여신상이 오히려 사진 속 경관을 해치고 있다”며 “시가 약속한 공사기간을 지키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제와서 공사를 한다해도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찾아온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포항시 해양항만과 관계자는 “여신상 복원과 관련 송도상가번영회와의 의견 마찰로 지난 22일 공사를 중단한 상태”라며 “오는 7월 2, 3일쯤 공사를 재개해 다음주 말(11일)까지 완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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