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남·북보건소 하루 100여통씩 받아
한통에 최대 40분 소요… 찾아와 난동도

“아들, 딸 얼굴본지가 언젠지… 비상상황이라 모든 직원들을 동원해 총력을 펼치고 있지만 민원전화 응대만큼은 너무 힘에 부칩니다.”

지난 9일 자정께 포항시 남구보건소 메르스 대책상황실로 걸려온 한 통의 민원전화를 20여 분만에 끝낸 직원 A씨는 수척해진 얼굴과 창백한 안색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하루 종일 민원인들로부터 욕먹는 게 일이다. 매일 새벽 2~3시쯤은 돼야 사무실을 나서지만 회선을 돌려놓고 퇴근해 사실상 밤새 민원전화를 응대하고 있다. 저희도 이런 일이 처음이라 나름 한다고 하는데… 힘이 안 난다”며 눈시울을 붉히더니 이내 휴지로 눈물을 닦았다.

좀처럼 고삐가 잡히지 않는 메르스로 인해 포항시 남·북구보건소가 민원전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10일 포항시 보건소에 따르면 하루 평균 메르스 관련 민원전화는 남·북구 각각 100여 통 이른다. 각 보건소는 메르스 확산에 따라 지난 2일 대책상황실을 설치해 24시간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지만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업무시간을 민원전화 응대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민원전화 한 통에 최소 10분에서 최대 40분 정도 소요되고 있어 심각한 업무 차질까지 빚어지고 있다. 매일 2~3분 간격으로 울리는 메르스 관련 민원전화를 처리하기 위해 당초 편성한 근무 조와 상관없이 현재 부서 내 전 직원을 동원해 대처하고 있다. 정작 `청정지역 사수`를 위한 홍보 및 예방 업무는 아예 마비된 상태라 보름 가까이 야근도 이어지고 있다.

메르스 관련 각종 유언비어의 사실여부를 확인하려는 문의 또한 빗발치고 있어 해명 아닌 해명을 해야하는 상황. 이에 메르스 감염환자나 치료병원 등에 관한 정보가 SNS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산 또는 확대 재생산되면서 지역사회 내 과도한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보건소 직원 B씨는 “시민들이 동네에서 구급차량 출동 소리만 듣고 `○○동에 메르스 환자가 있다`, `○○병원으로 이송 중` 등의 소문을 퍼뜨리면서 `숨기지 말고 밝히라`는 전화까지 폭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더욱이 욕설과 막말 등이 섞인 화풀이식 `악성` 민원전화 역시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야!”, “너 이름 뭐야?” 등 반말부터 시작해 비속어 등 욕설을 하거나 “가만두지 않겠다”며 공갈 및 협박하는 사례까지 있다. 심지어 민원인이 사무실로 직접 찾아와 “방금 통화했던 X 나와!”라고 소리를 지르는 등 난동까지 벌이기도 한다는 것.

남구보건소 박선해 보건관리과장은 “뉴스나 신문 등을 통해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보에 불신을 갖고 무조건 전화부터 걸고 보는 악성 민원이 크게 늘고 있다”며 “메르스 관련 학설 등이 충분하지 않은 `과도기`적 상황이라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메르스 확산을 막는 최고의 백신은 성숙한 시민의식”이라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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