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독일인 2명 환풍구 뜯고 침입
수도권 지하철도 낙서 드러나 보안 구멍
수성경찰서 인터폴에도 공조수사 요청

▲ 범인들이 대구도시철도 2호선 사월역 전동차에 한 대형낙서.

속보=지난 10일 대구도시철도 2호선 사월역 전동차에 대형낙서(그라피티·graffiti)<본지 12일자 4면 보도>를 한 뒤 도주한 사건이 보름만에 외국인 남성 2명이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들 외국인은 심야시간 운행이 끝난 대구지하철은 물론이고 수도권 등의 전동차에 대형 낙서를 한 것으로 밝혀져 대구 지하철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대구 수성경찰서는 지난 7일 한국에 들어온 그리스인 C(24)씨와 독일인 B(29)씨는 함께 인천과 대구 지하철에 침입해 전동차에 스프레이로 로마자 `BLiND`라는 낙서를 새겼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9일 대구에 도착해 2시간가량 사월역 부근을 사전 답사하고 나서 10일 새벽 2시께 도로 중앙분리대에 위치한 지하철 환풍구를 뜯고 철로에 침입했다. 또 B씨는 지난 3월에도 입국해 닷새간 머물며 서울지하철 신논현역 전동차에 비슷한 모양의 낙서를 남기고 출국한 사실이 출입국 기록을 통해 확인된 바 있어 대구에서도 같은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국내 지하철을 이용한 적이 없고 지하철 도면조차 제대로 참고하지 않고 침입한 것으로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에서 드러나 더욱 보안문제에 허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마저 제기되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대구와 인천에서 서로 역할을 분담해 한 명은 직접 지하철을 타고 종점까지 가고 다른 한명은 지상에서 렌터카를 운전해 지하로 들어갈 통로인 환풍구를 찾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어 이들은 주로 늦은 저녁 시간에 도로 중앙분리대에 있는 지하철 환풍구의 잠금장치를 도구로 풀어낸 뒤 환풍구 안에 설치해 놓은 쇠사다리를 타고 10여m 아래 터널로 내려가는 수법으로 침입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낙서한 이들을 잡기 위해 체포영장을 신청하고 인터폴에도 공조수사를 요청했지만 서울지방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지하철 낙서 사실을 쉬쉬했고 인천 경찰은 한 일간지가 이를 보도할 때까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인과 독일인이 대구 지하철에서 범행을 한 뒤 급하게 도망치며 분홍·초록·검정·흰색 스프레이 16개를 현장에 두지 않았더라면 대구 수성경찰서도 용의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기 어려울 뻔했다.

대구 수성경찰서 안재경 형사과장은“이들이 장시간 지하에 숨어든 것을 다음날 아침낙서를 발견할 때까지 아무도 몰랐다”며 “환풍구를 비롯해 지하철 보안시설이 상당히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김영태기자

 

    김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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