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 편집국장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대망론이 화제다. 이번에 방한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개성공단을 방문하려 했으나 발표 하루 만에 북한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파장도 컸다. 박근혜 대통령도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반 총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번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통해 개성공단의 현 상황 타개 등 남북문제의 진전에 좋은 계기가 됐으면 했다”는 아쉬움을 표했다. 반 총장 역시 취임이후 한반도 평화와 안보, 그리고 남북관계 진전에 기여를 하고 싶어했기에 아쉬움은 더 했을 것이다.

반 총장은 또 이날 국회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장단과 여야 원내대표 등과 만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비전을 가지고 활동해 나가는데 있어 국회의 지지, 특히 초당적 지지가 중요하다”면서 정의화 의장에게 “의장님이 지도력을 발휘해 정부를 적극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반 총장은 “(대통령에 대한) 초당적 지지는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제가 강조하는 부분”이라며 “대통령이나 수상이 일할 때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법안-예산 관련 뒷받침을 해주지 않으면 (국정운영이) 잘 안 된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비록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강조하는 말이라고 하긴 했지만, `살아 있는 현재 권력의 도움 없이 차기 대권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반 총장이 박 대통령에게 러브콜을 보낸 모양새다. 반 총장의 퇴임 시기도 내년 12월이어서 그로부터 1년 후 열리는 대선과 절묘하게 겹친다.

특히 날이 갈수록 더해가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맞물려 반 총장에 대한 국민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게 대망론의 진원(震源)이 되고 있다. 반 총장은 “(대선)여론조사에서 빼달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지난 15~16일 실시된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조사 결과 `대통령 적합도`가 36%를 넘은 것으로 나타나 기존 후보군을 20% 포인트 이상 앞서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대망론이 나오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 해야 할 것이다.

또 반 총장은 망국적인 지역색 논쟁에서 벗어난 충북 음성이 고향이다. 이래저래 대망론에 부합하는 많은 강점을 갖고 있는 사람이 바로 반기문 총장이다.

문제는 역대 대선에서 제3의 후보로 등장해 돌풍을 일으킨 경우가 적지 않지만, 성공한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반 총장의 대망론에 대한 정치권의 전망은 엇갈린다. 정치권밖에서는 `장외 대장주`처럼 각광을 받았다해도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도덕성과 능력 등에 대한 검증이 시작돼 신드롬처럼 치솟았던 인기가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나 안정적 행정 경험을 앞세웠던 고건 전 국무총리가 거센 돌풍을 일으켰으나 끝내 실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최근 `성완종 파문`에 반 총장의 이름이 거명되고, 동생이 성 전 회장의 경남기업에서 일했던 것으로 나타난 것은 두고두고 악재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아직 여야 어느 진영의 후보가 될지 몰라서 그렇지 반 총장이 정치적 좌표를 정해 출마하는 순간 상대편의 집중포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정치인의 말마따나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그게 맞다. 비록 외교관으로서 최고의 정점인 국제연합 사무총장을 지냈다 해도 과연 온갖 모함과 모략, 음해가 판 치는 정치판에서 반 총장이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렇다 해도 반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금의환향`해 우리 국민에게 새로운 비전을 던져주는 차기 대권주자가 돼 주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갖는다. 반 총장이 유엔사무총장으로서, 한반도 평화의 메신저로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해낸 이후 통일 대통령의 비전을 제시하고 나선다면 누구보다 유력한 대선후보가 되지 않겠는가. 더 이상 다툼과 분열의 정치가 아니라 평화와 희망의 정치를 보고싶다는 게 나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