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가격에 저도주 마시며 대화 이어가
직장내 회식도 식사후 주점서 2차로 끝내

요즘 지역 주점가에는 `작은 술자리`가 대세다. 단체로 모여 새벽까지 이어지던 `부어라, 마셔라`식의 술자리가 줄어든 대신 작은 주점에서 비교적 싼 가격으로 맥주나 칵테일 등 저도주(低度酒)를 마시는 새로운 음주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과음과 폭음이 난무하던 전통적인 음주문화는 지난해 소형 주점의 등장으로 변하기 시작해 지역 곳곳에서 작은 술자리 문화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치즈스틱, 감자튀김 등 간단한 안주와 함께 술을 마실 수 있는 작은 주점이 인기를 끌자 소규모 맥줏집 프랜차이즈 B업체는 포항시에만 현재 7곳에 달하며 내부 분위기는 물론 메뉴까지 유사한 업체들도 속속들이 등장했다.

자연스레 지역 내 직장인들의 회식문화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2, 3차까지 이어지던 술자리 대신 저녁식사 후 소규모 인원만 모여 작은 주점에서 간단히 음주 후 귀가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마케팅인사이트가 지난해 10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5년간 술자리 2차 이상 참석하는 비율은 연평균 1.7% 하락한 반면 1차까지만 참석하는 경우는 8.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철강공단 업체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황모(50·남구 오천읍)씨는 “부서회식 때 젊은 직원들을 따라 소규모 맥줏집인 `B비어`를 방문하고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대형 술집과는 달리 대화를 나누기에 좋고 맥주와 안주 가격이 저렴해 한턱내기에도 부담이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엔 2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저도주가 인기를 끌면서 소형 주점을 찾는 이들이 더욱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취업 준비로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부족한 대학생들은 각종 스터디와 강의 등에 부담이 적은 작은 술자리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대학생 김모(26·여·대구 달성구)씨는 “신입생 때와는 달리 동아리 모임 외엔 단체 술자리 기회가 크게 줄어 공간이 넓은 술집보다는 가까운 친구들과 맥주 한 잔 정도 할 수 있는 소형 주점을 주로 찾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소비자들이 소형 주점으로 몰리기 시작하자 대형 주점의 상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형 술집이 밀집한 일명 `소단거리` 등 지역 내 오래된 음주전용 구역을 향한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업종을 변경하거나 아예 폐업하는 주점도 잇따르고 있다.

포항시 남구에서 70석 규모의 주점을 운영 중인 고모(49)씨는 “20년 전 개업 당시 일부러 리모델링까지 해서 공간을 넓게 확보했지만 10년새 손님이 절반 이상 줄어 매출이 반토막났다”며 “가뜩이나 장사가 안되는 마당에 소형 주점까지 등장해 주말에도 가게가 한산하다”고 허탈해 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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