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2차 세계대전 종전 70년, 연합국 승전70년이 되는 2015년에 러시아는 생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로를 모색할 것이다. 5월 9일 승전의 날에 모스크바에서 중·러 양국이 공동으로 반파시스트 기념식을 거행하는 것에 발맞춰, 남북정상회담까지 개최된다면 러시아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가 있다”

필자가 지난 1월 19일자 경북매일 칼럼(`2015년 러시아,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포항`)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러시아의 소기의 목적 달성`이란 기념식에 남북정상이 참석하는 걸 계기로 남·북·러 3각 협력 활성화와 러시아 극동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현 상황은 어떠한가? 승전의 날 기념식에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가 지난 4월 30일 밝혔다. 이미 그 전에 박근혜 대통령은 불참을 통보했지만, 김정은이 갑자기 기념식 행사 참석을 취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형국이다. 북한이 제시한 방공미사일 S-300 4개 포대 구매와 차관 요구에 러시아가 적극적인 답변을 주지 않은 것과 관련이 있다는 등 논평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선 재론하지 않고 바로 `남·북·러 3각 협력` 문제로 건너뛰기로 하자.

러시아 입장에서는 오는 9일 기념식에 김정은이 참석해 푸틴 대통령과 블라디보스토크~하산~북한 나진을 연결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공사에 대해 합의했다면, 아시아 천연가스시장을 개척해 나갈 가능성을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철도·가스관·송전선 3개 프로젝트를 추진해서 남·북한에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을 것이다.

우리정부 입장에서는 광복과 분단 70주년을 맞아 기념식에 특사를 보내 남북관계 개선을 시도하면서, 동북아시아에서 미·중 대결구도를 벗어나는 전기(轉機)를 마련하려는 의도도 내심 있었을 것이다.

`남·북·러 3각 협력`을 지렛대로 삼아 포항영일만항을 대북방교역의 전진기지로 발전시켜야 할 포항 입장에서는 러시아에서 개최될 기념식의 그림이 어떻게 그려질지 몹시 궁금했고, 그에 따른 남북관계 개선에 기대를 걸었다. 기대에 못 미치는 현 상황에서 곧 러·중을 방문해야 하는 포항시는 어디에다 의미의 하중을 실어야만 할까?

첫째, 자루비노항~포항영일만항 항로개설 추진이다. 하산의 자루비노항은 향후 시베리아 횡단철도 추가화물기지로 조성돼 동북아 물류흐름을 만들어내는 허브 항만이 될 것이다. `자루비노항 건설프로젝트`의 부대사업으로 특수곡물터미널, 컨테이너 및 특수 알루미나터미널과 함께 일반 해양터미널도 조성할 계획이라고 하니 항로개설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자루비노항은 나진·선봉 경제특구와도 가까울 뿐만 아니라, 지린성 훈춘과도 근접해 있어서 `동북아 도시들 간의 협력 공간`이 될 수도 있다.

둘째, 러시아의 경제수도로 일컫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우호교류도시 협약을 체결하는 한편, 향후 자유항 지위를 획득하게 될 블라디보스토크항과 포항영일만항 간의 물류·관광 분야 협력 확대를 모색해야 한다. 블라디보스토크항이 자유항이 되면 관세절차가 간소화 될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선도개발지역과 비슷한 우대조치를 받을 것이라고 하니 적극적인 교류·협력을 타진할 필요가 있다.

셋째, 중국 훈춘·포스코·현대국제물류단지를 방문해서 `포항영일만항 활성화`를 위한 물동량 유치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러시아~중국 간 세관과 중국~북한 간 세관을 둘러보고 통관 절차를 점검한 후, 제21회 환동해 거점도시회의에서 `통관절차 간소화`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포항시의 러·중 방문이 `동북아 도시들 간의 상호협력`을 이끌어내 `환동해 물류·관광 허브-포항`건설을 위한 실행 안을 만드는 데 일조하길 고대한다. 아울러 `동북아라는 복합적 갈등의 지정학적 공간`에서 `새로운 길`을 내려는 정부 움직임에도 부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