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정원감축 구조개혁
정부 재정지원사업 연계
경영난에 몰린 지방대학
무차별 학과통폐합 단행

비수도권의 무차별 학과통폐합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전국 대학 학과통폐합 현황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0~2015학년도 학과통폐합 건수는 총 1천320건이며 이 중 78%가 비수도권에서 진행됐다.

지역 대학인 대구한의대학교의 경우 올해 TESOL영어과와 일본어과를 통합해 `항공서비스학과`를 신설하는 등 큰 연관성이 없는 학과를 통합하는 대학 구조조정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통폐합은 인문사회 계열일수록 더 두드러지고 있다. 2010~2015학년도 전국 일반대학의 단순 폐과 사례는 총 270건이며, 이 중 인문사회계열 전공이 135건으로 정확히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자연계열이 79건으로 약 30%, 예체능계열이 56건으로 21%의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떨어지는 인문사회계열 전공이 폐지의 1차 대상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문제는 정부의 재정지원에 따라 다급해진 대학이 무차별 학과통폐합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1월 교육부는 대학정원감축을 목표로 하는 대학구조개혁 계획을 발표했다. 이 구조개혁의 핵심은 2023년까지 16만명의 대학정원을 주기적인 평가를 통해 감축하며, 그 과정에서 모든 대학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정원감축 실적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평가 결과가 재정지원과 직접 연관이 있다고 하자 대학은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재정에 여유가 없는 지방 중소대학의 경우 평가 지표로 내세운 학생 충원율과 졸업생 취업률 등에 민감하게 반응, 무차별적인 학과통폐합을 단행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은 정작 자신이 다니고 있는 학과의 폐지 또는 통합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채 일방적으로 학교측의 결과 통보만 받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대구지역의 한 대학생 이모(22)씨는 “폐과 위기에 처한 학과를 인접 전공과 우선 통합하다 보니 전혀 관련성 없는 학과들끼리 기이한 이름 아래 묶여 있는 경우가 있다”며 “군대를 다녀오면 자신이 다니던 학과가 사라져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경연난에 시달리고 있는 지방 중소대학은 정부의 재정지원사업 선정이 절실해 앞으로 더 자발적인 정원 감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관계자는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정부의 구조개혁 계획이 오히려 지방대학의 과도한 정원감축으로 인한 지역의 불균형이라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구성원의 의견 수렴과 협의 그리고 무차별적 학과 통합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대학교육의 성과를 위한 진지한 고민이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경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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