⑵ 솔밭에서 홍길동을 만나다
-강릉에서 삼척·영덕·포항·감포 대왕암까지

▲ 생가 마당에 세워진 난설헌 허초희의 동상.
▲ 생가 마당에 세워진 난설헌 허초희의 동상.
강릉시 난설헌로 193번길 1-29.

백년 묵은 솔밭속에서, 늠름한 사나이 `홍길동`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조선조 당대의 여류시인 허난설헌(許雪軒)의 아름다운 그림도 마주보게 된다. `솔향 강릉`에는 소나무도 많지만 문화재도 많다. 문화재를 창출한 작가가 많은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洪吉童傳)`을 집필한 저자 허균(許筠·1569~1618)과 여류시인 허난설헌(許雪軒·1563~1589)은 조선조의 출중한 남매 작가였다.

▲ `교산·난설헌 선양회` 이사장 전순표씨(오른쪽)를 취재하는 이영희 교수.
▲ `교산·난설헌 선양회` 이사장 전순표씨(오른쪽)를 취재하는 이영희 교수.
특히 `홍길동전`은 그 간 책자, 영화, 연극, 창극, 만화 등에 두루 실려 베스트셀러가 되어온 명작이다. 줄거리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파란만장, 활극적(活劇的)이다. `홍길동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글로 쓰여진 조선조 때의 작품이다.

주인공 홍길동은 조선조 세종 때 서울에 사는 홍판서가 용꿈을 꾸고 낳은 아들이라는 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홍판서는 용꿈을 꾸고나서 본부인을 가까이하려 했으나 부인이 응하지 않았으므로, 시비 춘섬과 관계하여 낳은 서자(庶子)가 홍길동이다. 서자 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한을 품는다.

▲ 우거진 솔밭 마당에 세워진 허균 문인·학자 5형제의 시비(詩碑).
▲ 우거진 솔밭 마당에 세워진 허균 문인·학자 5형제의 시비(詩碑).
가족은 홍길동의 뛰어난 재주가 장래에 화근이 될까 두려워하며 자객을 시켜 길동을 없애려고 한다. 그러나 길동은 위기에서 벗어나 집을 나서 방랑의 길을 떠난다. 그러다가 도둑의 소굴에 들어가 힘을 겨루어 두목이 된다. 먼저 해인사의 보물을 탈취했고, 활빈당(活貧黨)의 도목이라 자칭, 지방 수령들이 도둑질하며 모은 재물과 곡식을 빼앗아 가난한 백성에게 나누어 주고, `돈과 곡식을 빼앗아온 자는 활빈당 당수 홍길동이다`는 방을 붙인다. 조정이 길동을 잡으려 팔방으로 힘썼으나 둔갑술을 부리는 길동의 초인적인 힘을 당할 수 없다. 그러자 조정에서는 길동의 아버지 홍판서를 시켜 길동을 병조판서로 임명한다. 그 뒤 길동은 고국을 떠나 산수(山水)가 아름다운 `율도국`이라는 나라를 발견, 그곳에 잡혀있던 미인과 만나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이야기. 이상향(理想鄕)을 그린, 낙원(園)사상의 소설이다.

▲ 강릉 솔향 고을의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 강릉 솔향 고을의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이 소설이 겨눈 강한 현실비판을 외면하고, 그후 단순한 사랑의 문학으로 퇴화시킨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라 여기는 평론가들이 많다.

허균은 12세 때 아버지를 잃었으나, 임진왜란 당시의 정승이요 대학자인 유성룡(柳成龍)에게 학문을 배웠고, 시(詩)는 삼당시인(三唐詩人)의 한명인 이달(李達)에게 배웠다 한다.

▲ 허균 형제들이 살았던 강릉의 생가 사랑방.
▲ 허균 형제들이 살았던 강릉의 생가 사랑방.
허균과 동복(同腹) 남매인 허난설헌(許雪軒)은 조선 중기의 여류시인이다. 허균은 이 손위 누이의 시(詩)를 `깨끗하고 장하며, 높고 고와서 그 이름이 중국에까지 전파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아버지 허엽(許曄·1517~1580)에 대하여, 아들 허균은 `문장과 학문과 반뜻한 언행은 사람들에게 크게 존경받았다`고 평가했다.

강릉시 난설헌로에 있는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안에는 이들 허씨 부자녀(父子女)의 시비석(詩碑石) 5기(基)가 세워져 있고, 이들 부자녀가 살았었다는 한옥 가옥이 에둘러 건축되어 있다.

▲ 드넓은 강릉 정동진 바닷가. 오른쪽 언덕 위에 세계 최초의 육상 선크루즈 리조트의 배모양이 보인다.
▲ 드넓은 강릉 정동진 바닷가. 오른쪽 언덕 위에 세계 최초의 육상 선크루즈 리조트의 배모양이 보인다.
기관차 속에 채워진 `시간 박물관`

강릉에는 또 하나의 색다른 박물관이 있어 관광객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동진 시간 박물관`이다.

정동진 바닷가 기차 선로에 나란히 서있는 이 `시간 박물관`에는 세계의 갖가지 시계와 `시간`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곁들인 공간이 펼쳐져 있다. 기관차 열차 안에 시간 박물관이 전개되어 있는 것이다.

▲ 허난설헌 생가 마당에 만개한 홍매화.
▲ 허난설헌 생가 마당에 만개한 홍매화.
옛 증기기관차를 비롯하여 뮤지엄 숍, `시간`에 대한 얘기를 소개하는 공간, `시간과 과학`에 대한 코너 공간, `시간과 예술`에 대한 코너, `시간과 추억`에 대한 코너, `시간과 열정`에 대한 코너, `함께 한 시간, 함께할 시간` 그리고 동해 바다를 바라보는 전망대 공간 등 9개 공간으로 나뉘어 색다른 시계와 시간에 대한 설명들이 줄지어 소개되고 있다. 시간과 시계의 역사와, 세계사 속의 갖은 시계들을 실물로 직접 볼 수 있는 희한한 공간이다.

유명한 타이타닉호 침몰 순간에 멈춘 회중시계 등 희한한 실물들을 특별 전시하고 있어 관람객의 관심도 모으고 있다. 기관차 열차를 깡그리 시계와 시간 전시장으로 만들어 색다른 박물관을 형성해 주고 있는 것이다. 증기기관차 1대와 8대의 열차로 형성된 희한한 박물관이다.

▲ 강릉 먹거리 갯방풍 기정떡과 갯방풍 막걸리.
▲ 강릉 먹거리 갯방풍 기정떡과 갯방풍 막걸리.
세계 각국에서 사모아진 여러 시대의 희귀 시계도 놀라울만큼 숱하게 전시되고 있다. 예술의 경지를 넘어선 놀라운 작품시계도 적지 않다. 어떻게 이처럼 아름다운 시계, 값진 시계를 거둬 한자리에 모았을까 절로 감탄의 소리가 새어나온다. 증기기관차부터 마지막 기차까지의 길이는 180m. 놀라운 `시간`의 길이가 아닐 수 없다.

▲ 정동진 바닷가에 있는 거대한 모래시계.
▲ 정동진 바닷가에 있는 거대한 모래시계.
열차 앞 모래밭에는 대형 모래시계가 구성 전시되고 있다. 1년에 한번 돌아가 시간을 가리키는 시계이다.

이 시간 박물관 안에는, 시간과 시계의 역사에 밝은 박선경 총괄실장이 대기하고 있어서 관객의 질문에 소상히 응해주고 있다. 이 박물관 관장은 최승운 사장이다. 참 희한한 분인 것 같다.

관람시간은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중무효. 주소는 강릉시 강동면 헌화로 990-1, 정동진 모래시계 공원내. 033-645-4540. 정동진 시간 박물관.

▲ 세계 각국의 시계를 모아 전시하고 있는 `정동진 시간 박물관`. 기관차를 개조한 박물관이다.
▲ 세계 각국의 시계를 모아 전시하고 있는 `정동진 시간 박물관`. 기관차를 개조한 박물관이다.
새로 생긴 김동명 문학관

강릉시에는 최근 또 하나의 문학관이 생겼다.(강릉시 사천면 샛돌길 30-2, 033-640-4270)

`초허 김동명(金東明) 문학관`이다.

`내 마음` `수선화` `파초` 등의 시로 유명한 김동명 시인은 강릉 출신으로 1900년 2월 4일생. 8세 때까지 산 초가 가옥 생가를, 고증을 거쳐 재건립하여 문학인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도서실, 독서실, 집필실 등 문필인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세미나실도 있다. 입구에는 김동명 시인의 시를 작곡한 명가곡 `내 마음은 호수요….` 등 LP판도 비치되어 있다.

김동명 시인은 한국신학대학, 이화여자대학 교수를 거쳐 참의원에 당선, 정치활동도 했다. `파초` `3·8선` `진주만` 등 시집 6권, `모래 위에 쓴 낙서` 등 수필집 2권, `나는 증언한다` 등 정치평론집 3권, `암흑의 장` 등 수기집 2권을 펴냈다.

강릉 먹거리 `갯방풍 기정떡`과 생막걸리

강릉에서 손꼽히는 먹거리로 `갯방풍 기정떡`과 `갯방풍 생막걸리`를 들 수 있다.

▲ 이영희 교수
강릉 바닷가 모래사구(砂邱)에 자생하는 갯방풍(방풍초) 잎 분말을 멥쌀가루에 섞어, 여기에 막걸리를 넣어 반죽하고 발효시켜 만든 떡이 기정떡이다. 표준어로 `기주떡`이라 한다.

갯방풍은 동해안 모래 언덕에 자생하는 식물이다. 성질이 따뜻하고 달면서 매우며, 수명을 길게 해주는 풀이라 하며 장명초(長命草)라고도 불린다.

▲ 이영희 교수
▲ 이영희 교수
갯방풍 기정떡은 달콤하고 부드러워 아주 먹기가 좋다. 허균이 지은 조선 최초의 음식 품평서인 `도문대작(푸줏간 앞에서 입맛을 다시다)`에도, 갯방풍죽의 향기로운 맛을 잊을 수 없다고 쓰여 있다.

갯방풍 생막걸리도 강릉의 명품술로 꼽히고 있다. 강릉쌀에다 누룩, 갯방품나물 가루를 섞어 빚어내는 술이다. 싱그럽고 달큼한 맛이 여성의 입맛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글·이영희(작가·전 포스코인재개발원 교수) 사진·하홍걸(디지털희망칼라) 캘리그래피·삼우애드컴

    이영희(작가·전 포스코인재개발원 교수)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