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부모 무사 확인했지만
집은 지진으로 무너져 상심
포항외국인센터 모금 소식
먼 이국땅서 안타까움 달래

▲ 포항 거주 네팔인 이주노동자 가운데 진앙지인 고르카에 사는 부모님의 집이 전파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된 구룽 다불씨(오른쪽)의 모습.

휴일인 지난 26일 오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의 한 풋살구장.

한눈에도 동남아계가 분명한 외국인과 한국인들이 어울려 축구 경기에 한창인 가운데 유독 한 남성만은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구룽 다불(37)씨는 지난 25일 고국인 네팔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수도 카트만두의 집으로 전화를 했다. 진앙지인 고르카에 살고 계시는 부모님 때문이다. 그는 친가에서 분가해 수도 카트만두에 8세와 6세의 아이들과 함께 부인을 남겨 두고 돈을 벌러 한국에 왔었다.

어렵사리 이뤄진 통화는 `다행 반 걱정 반`의 결과였다. 지진 발생 당시 부모님은 위험을 직감, 바깥으로 뛰쳐 나왔지만 집은 삽시간에 무너져 전파됐다는 소식이다.

다불씨는 외국인 중 주위에서 인정받는, 이른바 `성실근로자`. 과거 5년 동안 북구 흥해읍의 ㈜삼정에서 줄곧 열심히 일한 노력으로 일시 귀국이 허용돼 가족과 함께 재회한 뒤 재취업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부모님께도 매달 생활비를 송금해왔던터라 다불씨의 눈에는 노숙하는 그 모습이 떠나지 않았다.

다불씨가 답답함 속에 빠져 있는 동안 포항시외국인근로자상담센터는 포항에 거주하는 네팔 이주민 100여명 가운데 평소 메신저 역할을 하는 30여명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다불씨를 제외하고는 27일 오전 현재까지 별다른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26일 축구경기도 평상시처럼 열렸다. 포항외국인센터가 매주 일요일 오후 여는 경기에는 이날도 동포들의 손에 이끌려온 다불씨를 비롯해 네팔인 근로자 7명이 참가했다. 팀명 `히말라야FC`와 포항외국인센터는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오는 5월 3일 휴일 모금활동을 하기로 했다.

27일 구룽 다불씨는 “포항에 2001년 외국인센터가 문을 열 당시 네팔 동포들이 첫 주축이 될만큼 공동체가 잘 구성돼 있다”면서 “멀리 떨어져 당장 고국을 도울 수는 없지만 동포와 한국인들의 위로와 도움이 있으니 용기를 얻는다”고 말했다.

포항시외국인근로자상담센터 하광락(대광교회 목사) 대표는 “사고 직후부터 네팔인들과 카톡 등 SNS, 통화를 통해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면서 “10여년만에 또 대지진 피해를 입자 한국에 영구거주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삶이 더 나을지를 생각하며 도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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