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포항본부 “국내도 산업구조 고도화 필요”
산업클러스터·수요산업과 전략적 제휴 활용을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국내 철강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 철강산업계가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구조개혁 노력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을 최근 제기했다.

한은 포항본부에 따르면 일본의 철강산업이 M&A를 통한 대형화를 추구한 바와 같이, 국내에서도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 이러한 구조의 개편은 무조건적인 대형화보다는 산업클러스터의 조성, 업계 및 수요산업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의 과도한 경쟁을 방지하고 원료 구매에서의 협상력 강화, 지속적인 연구개발투자 등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구조로 개편이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철강산업이 세계 수요산업의 요구에 대응해 고부가가치 제품의 경쟁력 강화, 신강재 개발 등 제품구조의 고도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철강산업을 둘러싼 시장의 성격이 공급자 주도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변모되면서 철강재의 다양화, 고급화, 고기능화 등에 대한 요구가 급증하고 있으며 제품구조의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것.

나아가 기존에 철강재가 충분히 사용되지 않았던 시장을 대상으로 새로운 수요의 창출과 관련된 신강재의 개발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생산전략의 변화는 현재 일본이 점유하고 있는 철강시장으로의 진입을 의미하며 고급강재 시장에서 일본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고급·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위한 지식·정보 생태계의 구축, 자동차, 조선 등 수요산업과의 협력을 통한 기술력 향상 등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내 철강 수요업체의 해외진출 추세에 따라 수요업체와의 동반진출, 효율적 현지생산·납품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해외거점화를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 등 국내의 철강수요산업은 이미 신흥국을 중심으로 해외현지생산을 크게 확대하고 있으며 이러한 글로벌 생산기지에 철강 제품을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생산·납품시스템을 구축하는 경우 수요업체와 철강업체의 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철강기업의 주체적이고 현장적 판단에 입각한 생산·판매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국내 사례를 보면 그동안 정부주도하의 산업정책을 통해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왔으나, 이는 고부가가치 철강제품의 다품종 소량생산 등 수요산업의 요구에 적기에 대응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구조적 생산 부문별 불균형의 문제 등을 야기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한은 포항본부 박상우 조사역은 “일본의 경우에도 초기 철강산업의 발전은 정부주도하에 이루어졌으나 1990년대 이후 철강산업의 구조개혁 및 경쟁력 강화 노력의 대부분은 철강업체의 주체적인 노력으로 이루어졌다”며 “따라서 수요산업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기업의 자주적인 노력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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