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쭉은 진달래과 갈잎떨기나무로 꽃말은 `사랑의 즐거움`이다.

철쭉은 머뭇거리게 한다는 뜻의 `척촉`이 변해서 된 이름이다. 꽃이 매우 아름다워 지나가던 나그네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는 척촉화. 산척촉이라고 하는 진달래는 먹을 수 있어서 `참꽃`이지만 철쭉은 먹을 수 없기에 `개꽃`이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철쭉이 더 아름답고 품격 있는 것으로 여겼다. 조선 전기 문신인 강희안은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 꽃나무를 아홉 등급으로 나눠 평가하면서 진달래인 홍두견을 육 품에 홍철쭉을 이 품에 두었다.

진달래와 철쭉과 영산홍을 어떻게 구별할까? 진달래는 꽃이 먼저 피는 나무라 가지에 잎이 없다. 잎 없이 꽃만 있다면 진달래, 꽃과 잎이 무성하다면 철쭉이다. 진달래는 꽃받침이 없고, 철쭉과 영산홍에는 꽃받침이 있다. 영산홍과 철쭉은 꽃의 크기와 수술 개수로 구별할 수 있다. 영산홍 꽃은 철쭉에 비해 작은 편이고, 한 가지 끝에 한 송이의 꽃만 피운다. 영산홍은 수술이 5개, 철쭉은 10개이다.

진달래 질 무렵 산기슭을 수놓는 철쭉은 수로부인의 설화가 깃든 꽃이다. 강릉 태수로 부임하는 순정공과 수로부인 일행이 한낮이 되자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때 머리를 들어 벼랑을 쳐다보니 타는 듯 붉은 꽃이 피어있었다. 수로 부인은 주위 사람에게 꽃 한 송이를 따오라고 말했으나 발 디딜 곳 없는 험한 절벽이라서 누구도 엄두를 못 냈다. 이때 암소를 끌고 곁을 지나가던 노인이 위험을 무릅쓰고 절벽에 올라가 꽃을 꺾어다 주고 다음과 같은 노래를 지어 바쳤다.

“자줏빛 바위 가에/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을 꺾어 바치오리다.”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향가인`헌화가`에 얽힌 얘기다. 이 노래에는 절세가인인 수로가 초라한 늙은이에게서 꽃을 받는 것을 부끄럽게 여길까 봐 걱정하는 노인의 마음이 담겨 있다. 이 꽃이 바로 척촉화이다.

/김한성(수필가·한문지도사)

    김한성(수필가·한문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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