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 노래가 된 풍경

▲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로 시작되는 이원수 선생의 동요 `고향의 봄` 창작 배경지가 된 경남 창원 천주산에 진달래가 붉게 피어 고향의 봄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로 시작되는 이원수 선생의 동요 `고향의 봄` 창작 배경지가 된 경남 창원 천주산에 진달래가 붉게 피어 고향의 봄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4월이 되면서 산과 들에 꽃들이 피어나 상춘객들이 전국의 관광지나 산을 찾게 되지만 날씨가 변덕스러워서 산악사고가 종종 일어나게 된다. 특히 늦겨울에서 초여름 사이, 주로 봄철에 많이 발생한다는 통계가 있다. 전국적인 통계는 아니지만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서울에서만 산악사고 신고건수가 총 1천572건으로 하루 평균 3건씩 신고됐으며, 최근 3년간(2012~2014년) 산악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63명으로 나타났다.

모든 사고가 그렇지만 봄철 산악사고는 산행 요령을 익히고 대비를 잘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단체산행 시는 안내자들이 있어 위험구간에서 주의를 당부하지만 개별산행이나 가족, 친구 등이 산행을 할 때에는 봄철 안전한 봄철 산행 요령을 익히면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등산하기 전에 10분 정도 사전 운동을 해 몸을 풀어 줘야하며, 산행은 오전에 시작해 늦어도 해지기 1시간 전에는 완전히 하산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비해 얇은 옷을 여러벌 준비하는 것도 안전 등산을 위한 지혜이며 등산 중 음식과 물은 조금씩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산행 시 비탈길을 피하고 등산로를 따라 산행하며, 협곡을 지날 때는 낙석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등산코스를 완주할 경우에는 체력분배를 잘 해야 하는데, 오를 때 40%, 내려갈 때 30%를 쓰고 30%는 남겨둬야 하며, 등산 중에는 30분 정도 걷고는 5분 정도 휴식하는 것도 체력 안배에 도움이 됨을 알아야 한다.

등산을 할 때에는 충전된 휴대전화와 예비 충전 배터리를 지참하고, 등산로에 있는 산악안내판을 살펴 주변 위치를 숙지하는 것이 만약의 사고에 유용하게 대비할 수 있다.

산행요령과 관련해 지난해 강화 마니산에 올랐을 때 함께 간 사진작가 전 선생이 사진을 찍으려 뒷걸음치다가 낙상한 사고도 있었으니 필자는 단체등산이나 개별등산을 할 때 안전수칙에 대해 철저히 지키는 편이다.

봄철에 산에서 아름답게 피는 꽃은 진달래와 철쭉이다. 이맘때가 되면 전국의 산들은 진달래가 제철이다. 이번 등산도 지난주에 이어 진달래 군락지를 찾아가니 창원 천주산이다.

천주산 등산은 필자에게 있어 두 번째다. 2년 전 봄에 천주산을 다녀와서 그 기록들을 2013년 5월 3일자 경북매일신문에 `향기로운 봄꽃 향연에 취해 멈춰선 발걸음`이란 제목으로 게재한 바 있다. 하지만 진달래 군락지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산이니 다시 찾게 된 것이다.

대구에서 일행을 태워 오전 7시에 출발한 차는 고속도로와 국도를 달려 오전 10시경 창원시 북면 마산외곽고속도로 주변에 있는 천주산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로 들어오니 `천주산진달래축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게시판과 거리 양편 나무들 사이에 빼곡 들어찼고, 등산 온 사람들의 모습도 많이 보인다.

일행은 차에서 내려 등산장구를 챙기고 간단히 몸을 풀고서는 바로 등산을 시작한다. 천주산 등산 들머리는 달천계곡주차장에서 시작되는데, 관리사무소가 있는 건너편이다.

 

▲ 진달래가 만개한 천주산을 따라 오르는 등산객 모습.
▲ 진달래가 만개한 천주산을 따라 오르는 등산객 모습.

통상적으로 보면 정자를 거쳐 달천약수터, 만남의 광장, 전망대를 지나 천주산 용지봉에 올랐다가 함안경계 삼거리로 내려와서 달천계곡으로 해서 주차장으로 원점 회귀하는 코스다. 거리로는 약 6.4km에 2시간 반이 소요된다.

필자는 일행을 뒤로 하고 조금은 빠른 속도로 많은 등산객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코스는 정자로 가서 천주봉에 올랐다가 팔각정을 거쳐 만남의 광장으로 가서는 위에서 적은 통상적인 등로를 따라서 용지봉에 올랐다가 달천공원주차장으로 내려올 계획이다.

달천계곡으로 들어서서 초입에는 벚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또 휘날리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계곡을 따라 길을 걸으니 물 흐르는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마침 오늘이 천주산진달래축제일이라 많은 산행인들 속에서 함께 산행하니 초입부터 걸음이 더뎌진다.

주차장에서 1.2km 지점에 도착하니 다리건너기 전 길가 왼편에 허목 선생비가 있다. 조선시대 숙종 때 영의정을 지낸 허목 선생이 창원 달천동에 기거하면서 계곡 암반에 달천동이라 각자한데서 달천계곡 지명을 얻었다고 한다. 달천계곡 암반에 달천동(達川洞)이라는 글씨를 음각해 유명해진 곳이다.

그곳을 보고나서 산행을 계속해 정자에 이르러 잠시 쉬다가 다시 임도를 타고서 산행하여 조망바위에 오른다. 천주봉이 가깝게 보이고 그 너머에서 진달래군락지가 펼쳐지고 있는데, 등산갟들이 줄을 이어 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평평한 평지로 돼 있는 천주봉에 올라 주변 조경들을 보고선 복잡한 산봉우리에서 벗어나 팔각정 쪽으로 내려선다. 200m 아래 팔각정에 도착하니 그 위에 먼저 산행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비좁은 틈을 헤쳐 팔각정에 그냥 올라보고서는 이내 내려서서 만남의 광장으로 향한다.

700m거리에 있는 만남의 광장으로 가면서 다가서는 풍경들을 마음에 담는데, 야산 등성이에 군락지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2년 전에 이곳을 왔을 때는 등산로 초입에서 82세된 기인을 만나 그 분이 올라오면서 한번도 쉬지 않고 연거푸 부르는 노래를 듣느라 주변 경관을 살피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등산 온 우리 일행과 떨어져서 홀로 오르니 진달래 군락지 주변 경관들을 살필 수 있어 또한 좋다.

만남의 광장 길에는 더 많은 등산객들이 모여 있다. 이곳이 산행을 시작한 달천공원주차장에서는 2.2km지점이고, 용지봉 정상까지는 1.5km만 가면 된다.

천주암길과 달천약수터길, 그리고 천주산팔각정에서 오는 길과 마주치는 곳이니 여러 갈래 길을 통해 등산객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만남의 광장에서 용지봉을 오르기 위해 잘 정비된 원목계단을 타고 올라간다. 오면서 보니 이곳뿐만 아니라 군데군데에서 산길과 안내판이 잘 정비돼 있다. 아마도 행사를 앞두고 창원시에서 많은 신경을 쓴 것같이 보인다.

원목계단을 지나서 천주산 용지봉으로 오르는 사이에는 편백 숲길도 있고, 또 정상까지 가는데 헬기장도 있다. 헬기장 양편으로 진달래 밭이 펼쳐지는데 산행온 사람들이 여기저기 서서 사진을 찍으며 풍경들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필자의 마음까지 흐뭇해온다.

이윽고 정상 바로 밑의 전망대에 올랐다. 시야가 확 터지면서 진달래 군락지가 더 잘 보인다. 붉게 타고 있는 진달래 모습은 자연의 요정처럼 보인다. 등산객들 속에 휩쓸려 첮주산 정봉인 용지봉에 올랐다.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등산객들 속에서 차례를 기다린다.

천주산(638.8m)은 창원시와 마산시, 함안군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산명의 한자를 풀이하면 `하늘의 기둥`이다. 즉 `하늘을 받치고 있다`는 뜻을 가진 산으로 이 산을 담산, 작대산, 청룡산 등의 이름으로 불렸는데, 주봉인 용지봉(龍池峰) 주변 일대에 진달래 군락지가 유명하다.

용지봉에서는 창원 시내와 마산 앞바다가 훤히 조망된다. 필자는 눈 아래 펼쳐지는 진달래 군락지에서 화사하게 피어난 꽃들을 보면서 바람을 불적마다 서걱이는 풍경들을 보면서 올라오면서 느꼈던 정감들을 풀어놓는다.

“바람이 불적 마다/ 꽃가지 흔들거리는 모습/ 고와서 서러운 길이다./ 저만치에서 마을을 돌아/ 산등성이 오르는 길가/ 개나리 지는 그늘에/ 벚꽃 물결이 넘친다.// 한 묶음씩 헤아려보면/ 연분홍으로 뒤덮인 모습/ 부끄러운 새악시볼 같이/ 어여쁜 단장으로 묻어나지만/ 주변이 온통 붉게 물든/ 천주산에 오르다가 보면/ 천지가 진달래 숲이다”(자작시`천주산 가면서` 전문)

천주산 진달래 밭은 우리가 즐겨 부르는 `고향의 봄` 창작 배경지로 유명하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로 시작되는 노래가사처럼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진달래의 꽃밭이다. 산 아래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원수 선생(1911~1981)은 천주산과 일대에서 피어난 봄꽃들을 보면서 `고향의 봄`이란 동시를 지었으며, 1926년 잡지 `어린이`에 이 동시를 발표해 등단했다고 전해진다.

산위에서 진달래 향연에 넋을 빼앗겨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내려서서 함안경계 삼거리 쪽으로 하산한다. 15분 정도 내려서는 동안 진달래 밭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등산객들로 붐빈다.

필자는 계속 하산해 달천계곡을 타고 20분 정도 내려서서 오후 2시30분경에 출발했던 주차장에 도착하니 우리 일행들이 몇 명 보였다. 어떻게 일찍 내려 왔느냐 물어보니 그들은 천주산에는 오르지 않고 만남의 광장으로 해서 용지봉만 다녀왔다고 웃으면서 대답한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여기서 우리 일행들은 오후 3시에 만나 산행을 모두 끝내고 마산어시장에 들렀다가 대구로 돌아간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어 필자는 차에 올라 오늘 올랐던 천주산을 다시금 생각해본다.

자꾸 귓가로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라는 노래가 들려오는 것 같다. 이때쯤이면 활짝 피어난 진달래로 산이 불타는 듯하는 천주산에 `고향의 봄` 향연이 그리움으로 익어간다.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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