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7년 2개월만에 900원선 붕괴
하반기 수출증가율 마이너스 폭 확대 우려

원ㆍ엔 환율이 7년여만에 최저 수준인 900원대로 떨어지면서 대일수출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23일 오전 개장 전 원·엔 재정환율(원화와 엔화는 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아 달러화 대비 가치를 비교)은 7년2개월 만에 900원선 밑으로 내려갔다. 오전 8시22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오전 6시 뉴욕시장 대비 0.66원 내린 100엔당 899.67원이었다. 원·엔 재정환율이 900원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8년 2월28일 889.23원(종가 기준) 이후 처음이었다.

양적완화를 기반으로 한 일본의 확장적 경기부양 정책인 아베노믹스 영향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12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면서 원화 강세를 이끈 것도 엔화 약세의 한 요인이다.

100엔당 900원선이 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한국의 수출경쟁력은 설상가상 더 어려움을 겪게 됐다.

한국은행은 이달 내놓은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수출규모(통관기준)를 작년보다 1.9% 감소한 5천620억달러로 예측했다.

국제유가 하락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도 고려됐지만, 엔저에 따른 한국제품의 가격경쟁력 하락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엔화 약세는 단기간에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전문가들은 “100엔당 900원선이 일단 깨지면 올해 안으로 100엔당 800원대 중반까지 내려갈 것”이라며 “현재 수출 증가율이 3개월연속 마이너스인데 하반기 들어서는 마이너스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100엔당 평균 900원대까지 떨어지면 연평균 총수출이 8.8% 감소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수출기업 관계자들은 “100엔당 900원선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경기의 장기침체에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제품의 가격경쟁력까지 하락함으로써 설상가상의 형국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가 원·엔 환율을 조정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각 기업이 제품 경쟁력, 서비스 경쟁력을 챙기는 정공법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형기자 chle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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