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탐사
다시 형산강에서…
(7) 심각한 수질오염 현장 실태

▲ 지난 3월 경주 천북산업단지의 폐수 방류구 주변 모습. 최근 경주시의 조치로 주변 정화가 됐지만 여전히 악취와 탁도가 확인돼 포항 상수원을 오염시키고 있다.

형산강의 환경은 지난 세월 동안 다양한 범주의 오염원들로 인해 시달려왔다. 전통적인 오염 원인으로 꼽히는 축산 폐수에 이어 지난 1970~80년대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생활 하수와 산업폐수로 형산강은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각종 규제가 강화되고 처리 시설이 대대적으로 확충되면서 최근 형산강의 수질은 상당한 개선 효과를 이뤄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반 주민은 물론 일부 농민들의 비뚤어진 환경의식과 곳곳에는 환경 훼손 실태에 못 미치는 행정의 사각지대가 방치되면서 형산강의 수질환경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

하천변 불법소각·폐농산물 투기 등 훼손행위 상습 반복
상류지역 축산분뇨·폐수 무단 방류도 고질적 골칫거리
경주·포항시, 형산강 물 문제 협력 최우선 과제 삼아야

△불법 소각 및 투기 행위

시민단체인 형산강환경지킴이 회원들은 지난 14일 경주 도초마을 앞 강변에 쓰레기 불법 소각 및 매립 현장을 발견하고 경주시에 신고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불법이 상습적으로 반복되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회원들은 이미 지난 2월6일 도보탐사 과정에서 이를 발견하고 신고했지만 2월 25일 현장을 다시 방문한 결과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회원들에 따르면 당시 경주시의 공무원은 “관할 동장에게 수거를 지시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결과는 이와 딴판이어서 당사자가 허위 답변했거나 동장이 이를 묵살했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김상춘 형산강환경지킴이 회장은 “환경단체가 두번 세번 신고하고 처리를 당부해도 공무원들은 마치 쇠귀에 경 읽기 하듯 한다”면서 “책임의식을 갖고 해당부서가 직접 처리해도 될 일을 행정기관의 고질적인 습성인 서로 떠넘기기를 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그동안 여러 차례 요청 해왔듯이 상습 불법 훼손의 현장에는 사후 처리 보다는 경고 또는 홍보 현수막이나 표지판을 부착해 미연에 방지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안강읍 청령리의 낚시터 주변도 상습적인 불법소각 현장으로 지목되고 있다.

농민들의 폐농산물 불법 투기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17일에도 경주시 안강읍의 형산강교 아래 하천변에는 인근 작목농가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는 폐 토마토가 대량 투기돼 비뚤어진 농심에 경종을 울렸다. 또 경주의 소티남길56의 한 농장 앞에도 폐 대파 쓰레기가 불법 폐기된 현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 경주에서 한센인들이 운영하는 희망농원의 축산 폐수 중 상당량은 노천 정화조에서 인근 정화시설에 유입되지 않은 채 신당천에 그대로 흘러들고 있다.
▲ 경주에서 한센인들이 운영하는 희망농원의 축산 폐수 중 상당량은 노천 정화조에서 인근 정화시설에 유입되지 않은 채 신당천에 그대로 흘러들고 있다.

△하천변 불법 경작지

지난 17일 확인된 경주시 금장교 주변 불법 텃밭에는 봄을 맞아 경작자들이 가져다 놓은 각종 비료들이 발견됐다.

이곳에는 이미 퇴비가 시비돼 비가 내려 녹은 성분이 강으로 흘러들면 부영양화를 유발하게 될 것이 뻔했다. 또 안강읍 청령리 마을 주변에도 불법텃밭이 행정 당국으로 부터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이 같은 하천변 불법 경작지는 4대강 사업 대상지에서는 모두 철거됐지만 사업에서 제외된 형산강 일대에서는 여전히 오염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경작 주민들은 심지어 텃밭 부근 곳곳에 분뇨 구덩이까지 조성해 놓아 여름철 우기에 강이 범람할 경우 그대로 유입될 뿐만 아니라 안전사고의 우려까지 크다.

형산강 하천변의 관리권도 문제이다. 이는 국토교통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맡고 있지만 부산에 소재할 뿐만 아니라 관할권도 영남권 전역으로 광범위해 단속의 손길이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과거에는 농민들의 생계형으로 간주돼 제재에 관대한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인근 도시 거주민들이 여가 목적으로 조성한 사례도 많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 경주 금장교 주변에 불법 조성된 텃밭에 수질 악화의 원인인 부영양화를 유발하는 퇴비가 시비돼 있어 형산강의 오염을 부추기고 있다.
▲ 경주 금장교 주변에 불법 조성된 텃밭에 수질 악화의 원인인 부영양화를 유발하는 퇴비가 시비돼 있어 형산강의 오염을 부추기고 있다.

△희망농원과 천북산단의 문제

형산강 곳곳에 자리 잡은 점오염원 가운데 희망농원과 천북산업단지는 각각 축산폐수와 산업폐수의 실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형산강 지류인 신당천 상류에 자리 잡은 희망농원의 축산분뇨는 고질적인 골칫거리로 지목돼 왔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형산강환경지킴이 회원들은 지난 2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현장을 방문해 문제를 확인하고 경주시에 지속적인 조치를 요구해왔다. 당시 축사 앞에 설치된 노천정화조에서는 인근에 경주시가 운영 중인 에코 물관리센터로 유입되는 관로와 우수 관로가 각각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1~2일 전 내린 비에 우수관로를 통해 축산분뇨가 그대로 신당천으로 유입된 흔적이 남아 있어 관리 실태의 심각함을 드러냈다. 에코센터 유입 관로 입구의 거름망도 온갖 축산폐수 찌꺼기와 스티로폼으로 인해 막히기 직전의 상태여서 정화조에서 흘러 넘친 폐수가 우수관로로 유입될 수밖에 없음이 드러났다.

이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경주시의 명확한 개선의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특히 이곳이 한센인들의 집단거주촌인 특성 상 함부로 행정력의 잣대를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형산강 수질환경 분야의 전문가인 동국대학교 최석규 교수는 “과거에 비해 형산강의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희망농원의 현실을 보면 여전히 점오염원 관리실태가 심각함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천북산업단지는 아래에 자리 잡은 포항시 상수원 취수구로 인해 그동안 방류수 배출에 대한 많은 우려가 제기돼 왔으나 여전히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방류 폐수에서 심한 악취가 나고 짙은 색의 오염물질이 확인돼 경주시에 신고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그 결과 주변 일대가 청소되는 등 환경정화가 이뤄졌지만 악취와 탁도는 여전한 실정이다.

 

▲ 지난 17일 경주시 안강읍 사방리 부근 형산강교 아래에 인근 작목농가의 농민들이 폐토마토를 대량 투기해 놓았다.
▲ 지난 17일 경주시 안강읍 사방리 부근 형산강교 아래에 인근 작목농가의 농민들이 폐토마토를 대량 투기해 놓았다.

△경주·포항시 공조 절실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형산강 물 관리 문제에 대한 경주시와 포항시의 공조는 여전히 개선할 과제가 많다. 최상류인 울산광역시 울주군과의 공조 체계도 전혀 정비돼 있지 않다. 이에 따라 경주시와 포항시가 최근 최양식·이강덕 시장의 관계 개선 행사를 계기로 형산강 물 문제를 협력 현안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사)포항지역사회연구소 이재섭 이사장은 “경북도가 주도하는 형산강프로젝트에 수질 개선 사업이 제외돼 있는 만큼 두 도시의 시장들이 손을 잡은 마당에 더 이상 물관리 사업의 협력을 늦춰서는 안 된다”면서 “단체장들의 의지가 확고해도 실무자들이 따라 주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항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휘 위원장은 “경주시민들도 포항보다 상류에 있지만 오염된 강이 바다로 흘러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강의 상류와 하류는 형식적인 구분에 불과할 뿐 결국 환경의 고리는 상·하도, 전·후도 없다”고 말했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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