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KTX동해선이 정식으로 운행된다. 평일 16회, 금요일 18회, 주말 20회 왕복 운행된다. 대구까지 30분이니 이웃 마을이다. 대구의 유명 공연을 손쉽게 볼 수 있고, 대구시의 뛰어난 의료기술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으며, 서울 가서 볼일 보고 당일에 내려올 수 있는 `한나절 생활권`에 진입하게 됐다. 수도권의 관광객이 대거 몰려올 것이니 포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게 됐다. 그것은 `대도시의 빨대효과`를 덮고도 남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중국·러시아·북한을 아우르는 환동해권 물류의 중심으로 포항항이 도약할 것이므로 그 경제적 효과는 대단하다.

2018년 강원도 삼척을 잇는 동해중부선이 건설될 예정이므로 KTX동해선은 장차 북한을 거쳐 러시아를 통해 유럽까지 가는 유라시아철도에 연결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물류비의 절감효과는 막대할 것이다. 포항은 그러한 찬란한 미래를 꿈꾸기에 손색이 없는 대과업을 이번에 이루었다. 이 일을 가능케 한 MB정권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잊을 수 없다. 이완구 국무총리도 개통식 치사에서 “작은 포구에서 출발해 철강산업의 중심으로 성장했고, 이제 환동해 발전의 중심도시로 우뚝 서면서 도약의 날개를 달게 됐다”면서, 동해중부선 개통과 함께 `동해안시대`를 앞당겨달라고 했다.

개통식이 끝난 후 KTX시승식이 있었는데, 기념행사 열차를 운전하는 일은 대단한 영광이다. 이번 기념열차 기장은 안동권(47)씨인데, 안동출신이고, 포항에는 누님과 동생이 살고 있다. 그는 “진동 소음 충격을 거의 느끼지 않았다. 선로가 매우 안정적이고, 국내 KTX구간 가운데 포항선이 최고”라고 시운전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개통식에 몰려온 시민들은 “포항역사가 신경주역사보다 낫다”고 했다. 상징성이나 예술성에서 뛰어났고, 편의시설이나 매장도 훌륭했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옥(玉)에 티는 있었다. 주인격인 이강덕 포항시장이 축사에서 빠진 것이다. 당초의 일정과는 달리 박명재 의원이 대신 축사를 한 것이다. “철도시설공단측이 전날 최종 협의과정에서 이 시장을 끝까지 배제했다”는 말도 나왔다. 포항시장에 대해 무슨 억하심정이 있었던가, 아니면 무슨 로비가 들어간 것인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니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시승식 장면에서도 포항시장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안내 데스크에서 안내원과 함께 서 있는 모습만 찍혔다.

또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운집했는데, 초대장을 받은 사람만 입장시켰고, 멀리서 구경도 못하게 울타리까지 쳐두었다. 단골 승객은 `높은 분들`이 아니라, 바로 이 시민들이다. 이 시민들을 박대하고, 시민의 대표인 포항시장을 괄시해서 좋은 것이 무엇인가. 권위주의시대가 다시 온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