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급방식 보완 늦장
농협·지자체 우왕좌왕에
밭갈이 끝나도 배포 안돼
토지 황폐화 우려 목소리

토지개량용 비료를 공급하는 농지 중성화 사업이 정부·지자체·농협간 `엇박자`로 차질을 빚으면서 비료를 늦게 공급받거나 아예 공급받지 못해 살포시기를 놓친 농가들이 속출하고 있어 큰 피해가 우려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원활한 농지 중성화 사업을 위해 종전 농지 기준 및 신청서 위주의 공급 방식을 전산방식으로 보완했다. 즉, 지난 1월 초 토양개량제 정보연계를 위해 전국 지자체와 농협에 관련 공문을 보낸 데 이어 전산시스템 보강작업을 거쳐 2월 초부터 시행한 것.

문제는 이 시기가 예년의 경우 공급계획에 따라 이미 비료생산이 완료되거나 농가에 배포되던 기간이란 점이다. 더구나 예전에는 비료 공급과정을 각 지자체에서 맡았으나 올해부터는 농협이 비료 발주에서 공급까지 주도하면서 비료 공급에 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밭갈이 시기가 지난 후 비료가 공급된 곳이 많고, 아직 공급되지 않은 지역도 상당수다. 특히 비교적 작물에 따라 밭갈이가 빠른 남부지방이나 시설하우스 재배 농가에는 아예 비료 살포를 포기하고 있다. 3월 중순 파종하거나 정식하는 봄배추나 감자를 경작하는 농가의 경우 비료 공급이 늦어져 살포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 갑자기 바뀐 방식에 대처하지 못한 농협의 배포시기가 일정하지 않은 데 따른 결과다.

농협에 기존 정보를 넘긴 관할 지자체는 비료 배포시기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팔짱만 끼고 있고, 농협 측은 발주에서부터 배포까지 지침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

토지개량용 비료 공급차질로 인한 토지 황폐화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안동 A농협의 경우 지난달 30일 토양개량 비료를 지역 농가에 늑장 배포하면서 농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이미 밭갈이를 마치고 감자 등 밭작물을 심은 상태기 때문이다. 발주 시기를 놓친 B농협은 4월 중순께 배포시기를 미뤘다.

이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새롭게 개편된 시스템은 종전 종이로 문서 작성하던 것을 전산화, 비용절감과 정확한 비료 살포를 위해 보강한 것” 이라며 “각 시군별로 비료 공급량을 조정하거나 정보를 넘기는 단계에서 시간이 지연돼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 비료 공급에 차질이 있는 지역을 점검해 문제점을 조속히 해결하겠다” 고 밝혔다.

한편 토양개량용 비료공급 사업은 산성화된 토지를 중성화하기 위해 규산질, 석회고토, 패화석 등의 비료를 토양 산성도에 따라 해마다 전국 농가에 무상으로 배포하는 국가사업이다. 전국적으로 평균 68만t이 농가에 공급되고 있으며, 안동시의 경우 올해 3천여 농가에서 신청한 토양 개량용 비료량은 규산질 2천61t, 석회고토 3천14t 등 총 6천622t이다.

안동/권광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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