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과 백신의 상관관계가 지금 쟁점이 되고 있다. 접종을 했는데도 구제역은 계속 발생한다. 한때는 `구제역 청정국`이란 소리도 들었는데, 지금은 “단언컨대, 구제역 청정국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효과가 극히 떨어지는 물백신`을 지난 4년간 주사해서 바이러스가 백신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게 했으니, 어떤 백신도 효력은 현저히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축산농가들은 그동안 “백신을 주사했는데도 잊힐 만 하면 다시 구제역이 발생하니, 이건 무언가 크게 잘못된 것 아닌가. 백신의 효과가 의심스럽다”는 문제제기를 해왔다.

지난해 12월부터 경북 영천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의성 안동 봉화 경주로 번지고 있는 중이고, 돼지 2만3천300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를 두고 책임공방만 벌이고 있는데, 농가들은 “경북도가 미온적으로 대처해 그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것 아닌가” 원망하고, 정부는 “구제역이 번지는 것은 차단방역을 제대로 하지 않은 축산농가의 책임이다. 백신만 접종하면 구제역을 막을 수 있는데 농가가 철저한 접종을 하지 않은 탓”이라며 책임을 농가에 돌리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물백신`을 정부가 공급했음이 드러났다. 영국에 있는 세계표준연구소로부터 `요 마니사` 백신주와 국내 구제역 바이러스의 면역학적 상관성을 검사한 결과 `R1`값이 0.1~0.3로 나왔다는 것이다. 국내로 수입된 백신주의 경우 대부분 0.1이므로 `국내 구제역 바이러스에 대한 효력은 별로 없는` 물백신을 정부가 축산농가에 공급해왔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농축산식품부 검역본부에는 `구제역 실험실`이 있어서 백신의 R값을 측정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영국까지 보내 시간을 길게 끈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수입 백신주가 별 효과 없다는 것을 당국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국내 실험실에서 효과를 알아보지 않았을 리 없을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백신을 계속 수입해서 축산농가에 공급한 그 이유를 중앙감사기관과 사법기관이 조사를 해야 할 일이다.

축산농가들은 전부터 “백신에 문제 있다”는 의문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당국은 “백신 접종후 2주 정도 지나야 항원이 생기는데, 그 사이에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고 했고, “백신을 한 번 접종해서는 항원이 안 생길 수 있고, 간격을 두고 2~3 번 접종해야 된다”면서 책임을 면하려 하다가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지자, 물백신을 인정했다.

무책임한 당국자들이 축산농민을 속이는 동안 바이러스는 저항력을 키우며 활개를 치며 재생산됐고, 국가는 막대한 국민혈세를 낭비했으며, 구제역 청정국은 물건너 갔다. 담당자들을 철저히 징벌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