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어린이집 등 방문
옛날이야기 보따리 풀어놔
아이들 인성·예절 교육도
경북 보육현장 192명 활약

▲ 26일 포항시 북구 두호동의 포항서머힐유치원 소망반 교실에서 유경애(64) 이야기 할머니가 아이들을 차례로 무릎에 앉혀 안아주고 있다.

“오늘 할머니가 들려줄 얘기는 호랑이를 물리친 소 이야기에요”

지난 26일 오전 북구 두호동의 포항서머힐유치원 소망반 교실. 색동저고리에 살구색 치마를 입고 백발머리까지 단정히 빗어 올린 유경애(64) 할머니가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 시작하자 금새 아이들의 눈과 귀가 집중됐다. 유씨가 목소리를 높이고 손동작까지 더해 무서운 호랑이를 흉내 내자 몇몇 아이들은 시선은 떼지 못한 채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이야기가 모두 끝나자 아이들은 줄을 서서 차례대로 할머니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 “이야기 할머니, 고마워요. 사랑해요!”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유아교육기관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 할머니`들의 활약이 보육현장 속 모범 인성교육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고령화시대에 발맞춰 노인여성들에게 고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삶의 활력까지 불어넣고 있어 매년 지원경쟁률 또한 뜨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학진흥원은 2009년 무릎교육의 전통을 되살리고자 대구·경북 지역 내 재미와 교훈이 담긴 옛 이야기를 들려줄 이야기할머니 30명을 선발했다. 이후 점차 전국으로 모집을 확대한 결과 현재 2천100여 명의 이야기 할머니들이 6천여 개의 유아교육기관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포항에도 36명이 포함돼 있으며 경북지역에만 192명의 이야기 할머니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 650곳에서 옛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저소득가정의 아동을 위한 학습봉사 경력을 지닌 유씨는 “아직 손자가 없어 그런지 아이들과 맘껏 교감하고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 그저 행복하다”며 “떼를 쓰고 우는 아이도 차근히 설명해 이해시키면 알아듣고 심지어 어른들보다 약속도 잘 지킨다. 한복과 머리스타일 등 모든 것이 아이들의 관심 대상이라 삶의 활력도 생겼다”며 주름진 눈으로 웃었다.

포항서머힐유치원 김기임 원장은 “바른 자세와 예절까지 배운 아이들이 가정에서도 실천해 학부모들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야기 할머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지원경쟁률도 치열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제7기 이야기할머니 700명 모집에는 4천여 명의 지원자가 몰려 경쟁률이 6대 1에 달해 대기업 취업 열기를 방불케 했다.

이야기 할머니는 서류와 면접 등의 과정을 거쳐 선발된다. 지원자격은 만 56~70세 이하의 여성. 특히 자기소개서는 자필로 작성해 제출토록 정하고 있어 지원자들의 관심과 열정을 우선시한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우리 사회 노인과 보육 관련 문제점을 이 사업을 통해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할머니와 교육기관, 아이와 부모 등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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