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인권`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가 하는 수준에 따라 국격(國格)이 달라진다. 선진국 대학에서는 `장애학생 단 한 명만 입학해도 휄체어 길`을 만든다. 장애인도 차별받지 않을 기본적 권리를 가지는 것이고, 헌법에 정해진 기본권에서 장애인이 배제되지 않는다. 그래서 장애인은 과거처럼 사회의 짐이 아니라 당당하게 사회적 역할을 하게 되었다. 법조계와 언론계, 국회, 행정부 기업 등으로 진출해 활동하는 장애인이 많아졌고, 생산현장에서도 장애인을 고용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있으며, 장애인만을 고용해 표창과 지원금은 받는 기업도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 5월 22일에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공포했고, 그후 9차례에 걸친 개정이 이뤄지다가 2013년 12월 30일에 현재 시행되고 있는 특수교육법이 마련됐다. 이 법은 장애인 학생과 보호자의 권리와 참여를 강화하고, 장애인의 교육기회 보장과 교육의 질 향상에 필요한 관련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진화된 법이다.

법 38조에는 처벌규정도 있다. 특수교육 대상자의 배치를 요구받은 교육감 또는 국립학교의 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하며, 장애를 이유로 특수교육대상자의 입학을 거부하거나 입학전형 합격자의 입학을 거부하는 등 차별을 행하였을 경우에는 교육기관의 장에게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돼 있다. 그런데 일부 기업체에서는 `벌금을 감수하고` 장애인 의무고용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는데, 처벌규정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법과 현실` 사이의 간격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장애학생이 일반학교에 취학할 경우 특수학급을 설치하고, 지도교사와 시설, 설비, 교재 및 교구를 갖춰야 하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교과서 공급은 법의 취지와 동떨어진다. 점자교과서 조달이 제때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시각장애 학생들은 교사의 강의를 듣고 점자로 필기하며, 교과서를 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옆에서 가족이 법률서적을 읽어주는 소리를 듣고 법학 공부를 해서 사법고시에 합격한 시각장애인도 있지만, 모든 시각장애인들이 다 그럴 수는 없다.

국정교과서는 점자교과서를 구하기 쉽지만, 검정교과서는 학교마다 다르니, 그에 맞춰 점자교과서를 일일이 구색 맞게 준비하기는 어렵고, 그래서 주문한 지 1년 후에나 점자교과서가 도착한다니, 법과 현실은 전혀 톱니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장애인들이 일반학교에서 차별 없이 공부한다는 이상과는 거리가 멀다. 전문가는 “점자번역을 언어번역기처럼 기술적인 개발을 통해 인력 부족에 관계없이 점자도서를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관심 있게 들어볼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