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표준硏 “방어력 없다”
구제역 방역 대책에 구멍
당국 뒤늦게 교체 망신살

정부가 기존에 접종해온 오 마니사(O manisa) 백신주로는 국내 구제역을 방어할 수 없다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방역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공개하지 않고, 소위 `물백신`을 계속 사용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구제역 발생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았던 축산농가의 거센 반발이 일 것으로 전망되는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주이석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26일 브리핑을 통해 “세계표준연구소(영국 퍼브라이트)로부터 오 마니사 구제역 백신주와 국내 구제역 바이러스의 면역학적 상관성을 검사한 결과 `r1` 값이 0.1~0.3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구제역 바이러스와 백신주의 면역학적 상관관계를 뜻하는 r1 값은 1에 가까울수록 방어력이 높으며, 일반적 기준치는 0.3이다. 오 마니사 백신주는 기준치보다 못한 방어력을 보였다는 의미다. 백신을 접종해도 구제역 확산을 막을 수 없었던 이유다.

지난해 12월 경북 김천을 시작으로 구제역이 확산되자 정부는 백신만 접종하면 구제역을 막을 수 있다면서 구제역 백신 접종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구제역 백신을 접종한 돼지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농장주들은 백신 효능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때마다 정부는 백신 접종 후 항원(면역체)이 생길 때까지 2주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 사이에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며 물백신 지적을 무시해왔다.

그럼에도 구제역 발생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백신을 1번 접종해서는 항원이 잘 안 생길 수도 있다며 간격을 두고 2~3번 접종해야 된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세계표준연구소가 국내에서 접종해 온 백신이 구제역을 방어할 능력이 없다고 발표하자 그제서야 정부는 물백신 논란을 인정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우선 발생지역에만 접종해오던, 오 마니사와 오 3039를 혼합한 새로운 백신을 상시백신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3월 한달 간 새로운 백신 320만두 분량을 수입할 예정이며, 상시 백신도 새로운 백신으로 전환하는 만큼 수입량을 대폭 늘릴 예정이다.

/안재휘기자ajh-777@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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