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 놀다 간 기암괴석… 산 아래 노란 정원

▲ 산 아래 충북 단양군 대강면 황정리 일대의 들판에 곡식이 익어갈 때에 그 모습이 노란 정원 같아 이름 붙어진 황정산(黃庭山). 아름다운 바위산이 장관을 이루는데, 신선이 놀다 갔다고 전해진다.

살다보면 주변에서 `다다익선(多多益善)`과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다다익선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말이니 그에 해당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고, 또 과유불급이란 말도 뜻풀이대로 `정도가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말인데, 욕심을 내면 무리가 온다는 말이기도 하다.

필자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문화단체나 봉사단체 또는 자선단체 일에 관심을 가지면서 남을 돕거나 지원하고 사회공익을 위한 일을 함에 있어 가능한 많이 참여하면 그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낄 수 있어 마음 흐뭇하다.


수리봉·신선봉·영인봉·칠성바위…
암봉과 암릉, 노송과 어울려 절경

용의 등 닮은 용아릉 구간 유명
수리봉 직전 대슬랩지대 `아슬`
천년 역사 자랑하는 원통암
주변 7개 암석 신비롭기까지

그렇지만 주말마다 정기적으로 오르는 산행과 관련해서 이 단체, 저 산악회의 부름을 받거나 좋은 코스의 산행계획이 있으면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 지난 토요일에는 영덕 블루로드길을 걸었고, 다음날 일요일에 단양 황정산을 다녀왔다.

일주일 동안 쌓인 심신의 피로도 풀면서 자연경관을 대하는 산행길이 좋은 건 틀림이 없겠으나 이틀 연속으로 강행군하다 보니 몸이 많이 지쳤다. 게다가 황정산은 암릉이라 바위산을 오르고 내리는데 힘이 많이 들었으니 다녀와서 이틀 동안은 힘들어 끙끙 앓기까지 했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산이고 자연의 묘미를 만나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필자처럼 연속으로 산행 길을 나서면 `정도가 지나침은 부족한, 차라리 안간 것만 못하다`는 비유가 맞겠다는 생각을 하고 다시는 안 그래야지 생각해보지만 막상 공휴일이 되면 까맣게 잊게 된다.

지난번 다녀온 황정산 산행기를 쓰면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산행을 다녀와서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서두에 끄집어냈음인데, 지금 입장에서는 그래도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다. 그만큼 단양 황정산은 너무 좋은 전망을 갖고 있어 독자들이나 등산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산이다.

지난번 등산은 대구의 드림산악회와 함께 다녀왔다. 약속한 대로 오전 8시에 대구 범어동 네거리에서 차를 타고 시내 한 바퀴를 돌며 회원을 태운 차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리고 국도와 지방도를 빠져나와 등산로 초입인 수리동 주차장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이다.

일행들과 함께 하차해보니 황정산과 겹겹의 산들이 앞을 막아서 있지만 춘삼월에 불어오는 바람결이 차지가 않고 봄바람이라는 것을 단방에 알 수가 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이름난 황정산을 등산하자니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 필자에게 다가서는 신선감이 들어 기분이 좋다.

이번 등산코스는 수리동에서 출발해 신선봉을 경유, 황정산 정상에 올랐다가 영인봉과 전망바위를 거쳐 원통암, 대흥골로 내려오는 코스로 6시간 반 정도 걸리는 등산길이다.

특히 들머리인 윗점에서 등산을 시작해 수리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대슬랩지대(큰 암반)로 암반타기 등산을 하기 좋은 곳이고, 수리봉에서 신선봉 사이 구간인 용아릉은 경관이 빼어나 전국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황정산은 바위가 많고 능선이 험한 편이다. 황정산 아래 황정리 일대는 물이 맑고 주변 풍광이 아름다우며 넓은 들이 있다. 가을이면 황정리 일대의 들판에 벼가 누렇게 익은 모습이 마치 노란 정원 같아서, 황정이라고 불리게 되었고 그래서 황정산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오전 11시께 우리 일행은 등산 들머리인 방곡리 윗점마을 도로변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등산로 초입은 처음부터 계단길이고 오르막이 시작된다. 계단을 올라 바위능선을 타면서 설치돼 있는 로프줄을 잡고 일행들은 조심스럽게 안부에 오른다.

등산로 초입부터 대부분 경사로 이어진 산행은 등산객들이 조심하게 되므로 경험상 이런 등산코스에서는 사고가 생기지 않는다. 위험구간은 밧줄을 잡고 올라보니 조망터가 나온다. 일행들은 여기서 잠시 쉬고 나서 다시 암릉을 오른다.

수리봉을 오르기 직전에 대슬랩지대(큰암반지대)가 펼쳐진다. 이 지대는 미끄럼주의 구간으로 우리 일행들은 슬랩지대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밧줄에 의지해 계속 오르막길을 타고 오른다.

 

▲ 산 아래 충북 단양군 대강면 황정리 일대의 들판에 곡식이 익어갈 때에 그 모습이 노란 정원 같아 이름 붙어진 황정산(黃庭山). 아름다운 바위산이 장관을 이루는데, 신선이 놀다 갔다고 전해진다.

윗점 들머리에서 출발해 암반지대를 만나 1시간 동안 힘들게 올라와서 수리봉 삼거리에 도착했다. 참나무숲길이 펼쳐져 조금 전 암반을 타던 기분하고는 전혀 딴판이다.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은 수학봉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수리봉으로 가는 길이다. 우리는 삼거리에서 좌측편 길을 택해 180m 쯤 지나 수리봉에 올랐다.

수리봉은 백두대간의 저수령에서 서북으로 갈라진 지맥이 단양군 대강면에 이르러 솟은 산으로 암봉과 암릉이 노송들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데, 능선 위쪽이 널리 알려진 황정산이다.

수리봉(해발 1,019m)에 올라보니 이 일대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지만, 산 정상 둘레에 잡목이 우거져 있어 조망이 그리 뛰어나지 못하다. 잠시 쉬다가 바로 신선봉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수리봉을 하산하면서 건너편 신선봉을 바라보니 이어지는 산세는 칼바위 능선이 100m 정도 이어지면서 마치 용의 등처럼 보여 `용아릉`으로 불리는 유명한 구간이 있다.

빼어난 경치를 구경하면서 로프를 잡고 좁은 칼바위 능선을 내려서서 다시 산길을 올라 신선봉에 섰다. 수리봉에서 신선봉까지 거리는 500m 정도인데, 칼바위 능선의 위험구간이 많아 조심스럽게 오르내리다보니 30분이 소요됐다.

신선봉 정상에 올라 지나온 수리봉과 산행할 황정산을 보다가 하산한다. 여기서 황정산까지는 2시간 거리다. 공터를 지나 계속 암릉 내리막길로 내려서서 석화봉 삼거리 길에 도착했다.

우리 일행들은 삼거리에서 계속 직진해 도중에 있는 871봉을 타고 1시간 20분만에 남봉에 도착했다. 남봉에서 보니 황정산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제 900m 정도만 가면 황정산이다.

공터를 지나고 울창한 수목 길을 따라 산 능선을 타고 황정산에 오른다. 저 앞에 황정산은 어서 오라고 일행들에게 손짓한다. 안부를 지나 기차바위에 오르니 조망이 다시 터진다. 황정산 정상의 조금 밑에서 만나는 일대의 풍경은 장관이다.

이 멋진 풍경이 있으니 예로부터 황정산에 신선이 놀고 갔다는 말이 들릴만하다. 좋은 풍경을 가금에 담고 우리 일행들은 황정산 정상에 도착해보니 정상은 흙산으로 되어 있으며 주변엔 잡목이 있어 전망을 가리고 있다. 조금 전에 보았던 정상 직전의 조망이 가장 빼어난 곳이다.

이곳으로 올라오면서 필자가 보았듯이, 황정산은 기암괴석, 암릉과 멋진 소나무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바위산이다.

잠시 일행들이 황정산 정상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둘러보는 사이에 필자는 지나온 대슬랩지대나 신성봉의 용아릉, 또 조금 전 황정산에 오르기 직전의 조망 등 황정산의 빼어난 경관을 떠올리면서 봄날의 시흥을 북돋운다.

`산 아래/ 노란색 뜰/ 황정리 일대의 들판에/ 황금 곡식이 익어갈 때에/ 그 모습이/ 노란 정원 같아/ 이름 붙어진 황정산이다.// 춘삼월/ 봄기운이 가벼이 감도는 날/ 아름다운 바위산에 오르면서/ 여기저기 기암을 둘러보니/ 절로 탄성이 나온다./ 암봉 위의 멋진 소나무들/ 신선이 놀다 갈만한 산이다.`(자작시 `단양 황정산을 오르면서` 전문)

이제 하산하는 길에 황정산의 또 다른 명물, 원통암을 거쳐 대흥사로 내려가면 황정산 등산은 모두 끝이 난다. 하산하면서 암릉구간을 타고 조심스럽게 내려서서 원통암 쪽으로 향한다. 전망바위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15분 정도 가니 영인봉이다.

영인봉에 올랐다가 곡예 하듯이 암릉 구간을 밧줄을 타고서 내려서서 45분 정도 걸으니 원통암이 나타나는데, 원통암은 황정산의 또 하나의 구경거리다.

원통암은 신라 때 창건된 대흥사의 암자로 천년 역사에 빛난다. 원래 대흥사는 건평 6,000여평에 500나한과 1,000명의 승려가 있었던 대가람이었으나 1876년 소실되었고 현재는 고려 공민왕때 나옹화상이 개창했다고 전해지는 원통암만 남아 있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특이한 점은 원통암 옆에는 대석 높이 7m 위에 높이 15m의 7개 암석이 있는데, 4개의 수직 균열이 있어 신비하기 이를 데 없다. 또한 30여 m 높이 칠성바위는 거대한 수석작품으로 부처님 손바닥을 닮아 최근 단양군이 `제2단양팔경` 중의 하나로 지정해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 바위 꼭대기에는 수령 300년쯤 돼 보이는 노송이 한 그루 서 있어 이곳을 찾는 등산객들이 소나무와 칠성암 명품바위를 배경으로 꼭 사진을 찍는다.

잠시 그 신비함에 젖어 있다가 계곡을 따라서 임도를 걸어 대흥사에 도착했다. 필자는 대흥사에서 경건히 기도올리고 나서 경내를 한 바퀴 돌며 구경하고서 대흥골로 가서 산행을 마쳤다.

6시간 남짓 산에 머물면서, 암릉으로 이어지는 곳곳의 등산로에서 그림 같은 비경을 본 재미는 쏠쏠했다.

그런 풍경 속에서 오는 봄을 맞이했으니 비록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어도 마음은 날아갈 듯이 가볍다. 내 마음의 정원 같은 황정산이 있어 3월의 공휴일이 즐거웠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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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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