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사실상 전화·문자뿐
연락처 확보, 現조합장에 유리

속보=협동조합 역사상 처음 실시되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조합원 명부를 확보해 사전선거운동을 한 조합장이 검찰에 고발<본지 3일자 4면 보도>된 데 대해 애초부터 첫단추를 잘못 꿰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현직 조합장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선거라는 지적이 계속돼 온 조합장선거의 경우 조합원 연락처가 현 조합장과 새로 도전하는 후보에게 동일하게 제공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합장선거는 그동안 `그들만의 리그` 또는 `돈 선거`였다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가 강제로 농·축·수협 등에서 위탁을 받아 치르는 전국동시선거로 바뀌었다.

정부와 국회는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위탁선거법(공공단체 등의 선거위탁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선거법상 선거운동은 △선거공보 △선거벽보 △어깨띠 윗옷 소품 △전화·문자메시지 이용 △정보통신망(전자우편, 문자, 음성, 화상, 동영상 등) 이용 △명함배부 등 6가지만 허용하고 있다. 여기에다 조합장 후보 본인만이 선거 운동을 할 수 있으며, 조합원 개별 방문마저 금지돼 있어 사실상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유일한 선거운동 방법이 되고 있다.

따라서 선거운동을 공평하게 하도록 하려면 그 누구도 개인 연락처를 알 수 없도록 하거나 조합원 연락처를 모든 후보에게 공평하게 공개하는 두 가지 방법중 하나가 채택돼야 하지만 현재 선거법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과 개인정보보호법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전화번호 제공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럴 경우 현직 조합장은 조합원 전화번호를 구하는 게 어렵지 않지만 새로 도전하는 조합장 후보들의 경우 조합원 명부에 적힌 조합원 연락처를 입수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숙제이자 선거법위반행위가 된다.

포항지역의 한 전국동시조합장선거 후보는 “지난해 연락처가 기재된 조합원 명부를 정식으로 신청해 가지고 있었는데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 반납해 폐기처분을 당했다”며 “조합원 연락처를 다 공개하든지 공개하지 않든지 공정한 방법으로 경쟁이 돼야 하는데 현재 선거는 조합장에게 임명장을 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에 조합원 명부 확보를 통한 사전선거 운동으로 문제가 된 조합장이 속한 포항의 한 농협 관계자도 선거법이 편파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당 농협 관계자는 “조합장이 선거운동에 나서기 전부터 조합원들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조합원 명부의 연락처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업무의 특성상 빚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선관위가 이번 건을 조합장이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해석했다면 아마 전국 1천326개 조합의 3천522명 중 현 조합장은 대부분 선거법을 어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수·축협을 가릴 것 없이 이번 3·11 선거가 종료되면 선거무효와 당선무효소송, 조합장직무정지가처분 등의 후폭풍이 불어닥칠 것이란 전망도 줄을 잇고 있다.

/윤경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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