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경기도의 한 중학교 앞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이 `교복물려입기`를 권장하는 전단지를 돌렸는데, 그 주체가 대형 교복업체 대리점이었다. 2015년부터 시작되는 `학교 주관 구매`를 방해하기 위함이었다. 전단지에는 “학교주관 구매제 참여 여부를 물으면, `교복을 물려 입겠다`고 대답하라”는 권유문구도 들어 있었다. 그리고 일부 대형업체 대리점은 `학교주관 낙찰가보다 40% 가량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덤핑수법이었다.

학교주관 구매제도의 경우, 개별 구매때보다 34%가량 낮은 가격으로 정해졌다. 경쟁입찰이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고, 전국 중·고교의 83%가 이 제도를 채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교복업체의 설 자리가 좁아진 것이 분명한데, 그렇다고 재벌업체가 수수방관할 리 없다. 무슨 야료라도 부릴 것이 예상되었는데, 결국 내놓은 수가 방해공작이었다.

중소 교복업체 모임 측은 “덤핑에 나선 대형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을 하겠다”고 하고, 대형 업체 측은 “시장의 메카니즘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간섭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했다”고 한다. 고가품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허영심을 심어주고, 빈부 간 위화감을 조성한 데 대한 반성은 없다. 어떻게 하든 학교주관구매제를 무력화시켜 대형업체가 시장을 장악할 생각뿐이다. 교육부도 “덤핑 소지가 있는지, 과대 허위 광고가 있는지 등을 공정위원회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형업체의 야료와 횡포를 당국과 학부모와 학생들이 힘을 모아 막아내야 한다.

선후배 간 교복물려입기는 이미 훌륭한 전통으로 굳혀져가고 있다. 경산교육지원청(교육장 여영희)은 6년째 `교복나눔 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경산지역 8개 학교에서 제공한 2천여벌의 교복을 실비로 판매하며, 교장이나 담임교사의 추천을 받은 학생에게는 무료다. 판매금액 전액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사용된다.

포항시, 포항교육지원청, 포항시새마을회는 24일 사랑의 교복 물려주기 행사를 벌였다. 올해 7회째인 이 행사에는 중학교 19개교, 고교 16개교 등 35개교가 참여했다. 하복 6천원, 동복 1만원 등으로 판매하니, 몇십만원의 교복구입비를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이강덕 포항시장도 현장에 와 “학부모에게는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선후배 간 두터운 정을 느낄 수 있는 청소년들의 새로운 문화가 탄생됐다”고 치하했다.

예천군 지역 사회복지협의체(위원장 이완희)는 24일부터 3일간 사랑의 교복 대물려주기 행사를 개최했다. 올해 두번째로, 기증받은 교복을 후배들에게 나눠주는 자리이다. 교복을 가져가는 학무모들은 자율모금함에 성의껏 사례금을 넣고, 모금액은 전액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 장학금으로 사용된다. 이런 교복물려입기가 멋진 전통으로 자리잡게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