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 편집국장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바르고, 훌륭하게 키워낼 수 있을까. 부모라면 피할 수 없는 고민이다. 필자도 대학에서 교육학은 물론 교육심리학까지 공부했지만 정작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깜깜할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부모에게 대드는 행동을 하지 않고, 식당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으며, 보채지 않고 일찍 잠드는 아이로 키우는 프랑스 육아법이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프랑스 육아법`은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자인 파멜라 트러커맨이 쓴 책 `프랑스 아이처럼`의 실전편으로 펴낸 책에 잘 소개돼 있다. 프랑스 육아법은 루소가 “아이를 확실하게 불행하게 만드는 방법은 아이가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는 것”이라고 한 말에 철학적 기초를 두고 있다.

프랑스 육아법에는 세 가지 큰 특징이 있다. 첫째로 아이에게 원하는 것을 모두 해줘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아이를 성장하게 하는 데에는 욕구의 좌절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 엄마들이 프랑스 가정에서 가장 신기해하는 조용한 식사시간과 규칙적인 수면시간도 이같은 원칙에서 비롯된다. 정에 이끌려 `이번만은 봐 줄게`하는 한국 엄마와는 달리 프랑스 엄마들은 한번 아닌 것은 절대 아니다. 프랑스 엄마들은 아이가 밥을 먹지 않는다고 따라다니면서 먹이지 않는다. 식사시간 내에 먹지 않으면 엄마가 먼저 먹고 치워버린 뒤 다음 식사 때까지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방송에 나온 프랑스 엄마의 어린 딸은 세 살인데도 밥 안 먹겠다고 떼쓰는 한국 아이를 모니터로 보고서는 “오데뜨, 엄마가 밥 안 먹으면 어떻게 하지?”하고 물으니 당연하다는 듯 “맘마 없어” 라고 대답한다.

둘째로 밥상머리에서 교육이 이뤄진다. 한국에서는 식사할 때 밥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엄마들은 밥그릇을 가지고 다니면서 떠먹여주고, 아이는 손에 태블릿PC를 들고 만화영화나 게임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프랑스 청소년들의 90%는 주 5~6회 부모와 함께 식사를 하는데, 식사자리에서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두 시간 이상 걸리는 코스요리에 적응해 천천히 기다리며 먹는 것에 익숙하다. 이런 전통이 초등학교부터 토론식 수업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 된다. 또 배 고프면 언제라도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우리와는 달리 프랑스에서는 간식은 구테(gouter)라고 정해진 오후 간식시간에만 먹을 수 있다. 밥상머리에서 아이들은 절제와 인내심을 배우는 것이다.

셋째로 부모가 아이와 물리적, 정신적으로 확실한 거리를 둔다는 것이다. 프랑스 엄마들은 통화중에 아이가 칭얼대거나 운다는 이유로 전화를 끊지 않는다. 전화를 끝나면 얘기를 들어주겠다며 기다리라고 말한 뒤 그 약속을 지킨다. 전업주부도 낮에 영화를 보거나 미용실에 가는 등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탁아소에 유아를 맡긴다. 놀이터에서 놀 때도 영미권이나 우리나라 엄마들은 시소나 미끄럼틀 곁에서 기다리고 있지만 프랑스 엄마들은 대개 놀이터 주변에 떨어져 있다. 아이와 엄마인생을 한 묶음으로 생각하는 우리네 엄마들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아이에게 휘둘리는 한국 엄마들에게 아이, 엄마 모두가 행복한 프랑스식 육아법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떼쟁이 아이 때문에 육아가 전쟁이 되고 있는 한국 엄마들이 얼마나 많은가. 프랑스 육아법에서도 프랑스 엄마들이 마법 같은 재주를 부리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보다 자기 자신을 좀 더 사랑하고, 내 아이를 남의 아이와 비교하지 않고, 엄마와 아이가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쓰기와 읽기는 네가 먼저 배우기 전에는 남에게 가르칠 수 없다. 올바르게 사는 기술이란 더더욱 그렇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올바르게 사는 기술을 가르치기가 그리 쉬울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