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진·김성경·백지연·최송현 등 잇단 연기 도전
역할이나 이미지 만들기 비교적 쉬워 좋은 기회로

▲ 왼쪽부터 오상진, 김성경, 백지연, 최송현.

뉴스를 전달하던 아나운서들이 잇달아 연기에 뛰어들고 있다.

이미 연기자로 자리를 잡은 임성민(46), 최송현(33)을 비롯해 오상진(35), 백지연(51), 김성경(43) 등이 최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드라마를 통해 연기자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14년 전 임성민이 KBS에 사표를 쓰고 연기를 하겠다고 나섰을 때만 해도 그의 행보는 무척 희귀하게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연예계로 뛰어드는 아나운서들이 많아지면서 연기자로 변신한 아나운서의 모습을 보는 것은 더이상 낯설지 않다.

지난 23일 시작한 SBS TV 월화극 `풍문으로 들었소`를 본 시청자 중에는 `저 사람이 그 사람인가?`라며 자신의 눈을 의심한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국내 여성 앵커의 이미지를 대표해온 백지연이 버젓이 도도한 부잣집 사모님 지영라 역으로 출연했기 때문이다. 주인공 최연희(유호정 분)의 대학 동창 그룹에 속한 지영라는 재계 2위인 대승 그룹 장회장의 아내이자, 친정은 지하시장에서 부상한 금융 재벌이다.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부티와 도도함이 흐르는 캐릭터. 친구이지만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는 최연희의 일거수일투족에 속물적인 관심을 보이는 인물로, 백지연은 지영라를 몸에 꼭맞는 역할처럼 소화해냈다.

백지연은 23일 열린 이 드라마의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안판석 PD와 28년인연을 이어온 친구사이라며 “안 PD가 중요한 역할이 있다며 제의를 해 고심 끝에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SBS 아나운서 출신 김성경은 MBC드라마넷 금토드라마 `태양의 도시`에 오는 27일부터 출연한다.

앞서 SBS 아침극 `청담동 스캔들`에 잠깐 얼굴을 내민 그는 이번에는 주조연급으로 올라섰다. 그가 맡은 역은 베일에 싸인 도도하고 섹시한 중장비사업가 윤선희.

김성경은 “아직은 배우라는 표현이 어색하지만 이번 드라마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MBC 아나운서 출신 오상진은 현재 SBS TV 주말극 `떴다 패밀리`에 미국 입양아 출신 한량 정준아를 연기하고 있다.

지난해 SBS `별에서 온 그대`에 날카로운 검사 역으로 연기 데뷔를 한 그는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눈길을 사로잡더니 곧바로 MBC드라마넷 `스웨덴 세탁소`와 MBC`드라마 페스티벌- 원녀일기`의 주연으로 발돋움했다.

오상진이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매끄러운 연기력에, 망가지는 연기를 마다하지않는다는 점이다. `떴다 패밀리`의 시청률이 낮아 화제가 되지 않을 뿐, 오상진의 캐릭터 연기는 웬만한 신인 연기자보다 낫다는 평가다.

임성민과 최송현은 이미 다작 출연 배우다. 둘은 아나운서가 되기 전 배우를 꿈꿨다는 공통점이 있다.

2001년 2월24일 KBS에 사표를 던지고 나온 임성민은 당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하기에는 아나운서라는 직책이 제약이 된다는 판단 아래 과감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아나운서가 되기 전인 1991년 배우 이병헌 등과 함께 KBS 공채탤런트 14기로 합격했던 그는 부모의 반대로 연기자의 꿈을 접고 이후 아나운서로 KBS에 입사했지만 결국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서게 됐다.

`학교3` `여고시절` `눈사람` `외과의사 봉달희` `사랑에 미치다` 등을 거치며 워밍업을 한 그는 `강남 엄마 따라잡기` `애자 언니 민자` `공부의 신` `동이` `아내의 자격` `내 사랑 나비부인` 등의 드라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또 영화 `무서운 이야기` `용의자X` 등에도 조연으로 나왔다.

2006년 KBS 공채 32기 아나운서 출신인 최송현은 2008년 연기자로 전환한 뒤 `미세스 타운 - 남편이 죽었다` `부자의 탄생` `검사 프린세스` `프레지던트` `로맨스가 필요해` `그대 없인 못살아` `감자별2013QR3` `마마` 등에 잇달아 출연했다.

영화 `인사동 스캔들` `8만원` `심야의 FM` `영건 탐정사무소` 등에도 참여했다.

최송현은 연기를 시작할 당시 “아나운서 타이틀을 벗을 때는 큰 용기와 각오가 필요했지만 더 늦기 전 어린 시절의 꿈을 어른이 돼서 다시 꿔보자 싶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나운서들이 잇달아 연기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연예계는 새로운 피의 수혈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영섭 SBS드라마본부장은 26일 “아나운서들 중에서 만능 엔터테이너로 변신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주체할 수 없는 끼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며 “우리와 그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 작품에 캐스팅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프리를 선언한 아나운서의 경우 연기를 하게 되면 자신의 역할이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 쉬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