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탐사 다시 형산강에서…
(4) 경주·포항 상생협력 매개로

▲ 각각 상류와 하류에 위치한 경주시와 포항시의 지리적 특성상 과거 오랜 기간크고 작은 갈등의 계기가 돼온 형산강은 이제 이웃도시 간 협력의 매개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12일 경주를 방문한 이강덕(오른쪽) 포항시장이 최양식 시장의 환대를 받고 있다.
▲ 각각 상류와 하류에 위치한 경주시와 포항시의 지리적 특성상 과거 오랜 기간크고 작은 갈등의 계기가 돼온 형산강은 이제 이웃도시 간 협력의 매개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12일 경주를 방문한 이강덕(오른쪽) 포항시장이 최양식 시장의 환대를 받고 있다.
수계 개발·보전 마찰로 `생채기`
공동발전 나서며 화해의 제스처
양보·소통으로 `결실` 이뤄내야

□ 3개월 만에 두 도시 교환방문 성사

지난 12일 오후 경주시청에서는 이웃도시 포항과의 오랜 역사에 한획을 긋는 중요한 행사가 열렸다.

이날 최양식 시장과 주요 국장 등 간부들은 시청 현관 입구에 나란히 서서 이강덕 시장을 비롯한 포항시의 간부 30여명을 따뜻하게 환대하는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했다.

이 자리는 지난해 11월 10일 화제를 모은 경주시의 포항시 깜짝 방문 행사에 대한 답방의 형식으로 성사됐지만 더 큰 의의는 형산강이 두 도시 협력의 매개로서 전면에 부각된 점에도 있었다.

지난해 경북도가 `경북 신 미래 전략과제`로 동해 3강 `형산강 프로젝트`를 기획한 취지에 맞게 두 도시의 단체장들이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통 큰 후속 행보를 이어간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날 이강덕 시장과 최양식 시장은 형산강 프로젝트의 성공적 실행 방안 등 상생협력 및 발전 방안에 관해 논의하자는데 뜻을 같이 했다.

두 도시 수장의 의미 있는 교환방문을 축하하듯 김호진 경북도 미래전략기획단장은 이번 사업에 대한 추진상황 보고를 하기도 했다. 또 앞으로 지난해 11월 포항에서 열린 첫 상견례에서 거론됐던 대로 포항·경주 행정 정례회의 개최와 방사광·양성자가속기 R&D 협력, 형산강포럼(가칭) 개최, 관광마케팅 협력 추진 등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번 상생 협약을 통해 양 도시는 상생·협력의 공동체로서 역사·문화·경제 분야는 물론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 개발에도 함께 참여하기로 약속했다”면서 “함께하는 변화를 통해 도약하는 경주와 포항, 아름다운 지역상생의 모델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최양식 경주시장도 “산업도시인 포항과 역사문화도시 경주가 다양한 분야에서 소통과 협력을 해나간다면 어느 지역보다 큰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며 “두 도시의 협력이 실질적인 효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두 도시가 형산강을 매개로 한 역사·문화·경제공동체로서 상생발전하자며 체결한 MOU의 정신은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의 경주 유치에 협력을 약속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하는 성과로도 이어졌다. 행사에 이어 포항시 방문단은 경주시의 안내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경주양성자가속기 현장을 방문해 운영현황을 청취하고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 지난해 11월 10일 열린 경주·포항 상생협력 교류회.
▲ 지난해 11월 10일 열린 경주·포항 상생협력 교류회.

□ 경주·포항의 앙금도 강물에 씻어

이처럼 3개월 만에 단체장 간 상호 방문에 이르기까지 경주와 포항, 두 도시의 사이에는 좀 처럼 건너기 어려울 듯한 긴 공백이 있었다.

특히 경주시에게 형산강은 발원지는 물론 상류에 위치해 수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입장인 만큼 1970~80년대에 이르기까지 개발의 연대를 지나며 개발과 보전의 경계가 애매했던 긴 시간이 있었다. 당연히 하류에 위치해 있을 뿐만 아니라 강바닥의 복류수를 취수해 상수원의 일부로 활용하는 포항시로서는 상류의 지자체에게 볼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으며 크고 작은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정장식 전 포항시장 재임 기간 중 두 도시 경계 지점인 경주시 강동면 위덕삼성아파트의 건축 인허가를 둘러싼 마찰이었다. 포항의 유강정수장에 인접한 지점에 위치해 주민들의 생활하수가 상수원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논란에서 비롯된 이 갈등은 우여곡절 끝에 아파트가 건립되고도 두 도시 간에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이 같은 잡음은 박승호 전 시장의 8년 재임 기간 더욱 강도가 높아져 강동면의 경계지점에 경주시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포항시의 홍보탑 설치 및 철거 갈등 당시 정점으로 치달았다. 여기다 그나마 공식 협의 채널이었던 경북도 동해권행정협의회 마저 2009년 이후 운영이 중단됨으로써 5년 동안 두 도시는 긴 휴지기를 맞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최 시장의 전격적인 포항시 방문에 이어 이날 이 시장의 답방이 상징하는 우호협력 재개는 이웃도시 간 상호발전에 새 장을 여는 쾌거로 평가할 만하다.

이에 대해 2001년 경주환경운동연합과 함께 형산강에 대한 연구조사사업을 수행한 ㈔포항지역사회연구소 이대환 소장은 “형산강을 매개로 어렵게 성사된 이번 협력사업의 성공을 위한 관건은 두 지자체 공무원 등 추진주체가 얼마나 양보하고 소통하느냐에 달려있다”면서 “단체장들이 귀한 길을 튼 만큼 민간 간 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새벽 물안개에 휩싸인 경주시와 포항시 경계 지점 인근 형산강 하구의 모습.<br /><br />
▲ 새벽 물안개에 휩싸인 경주시와 포항시 경계 지점 인근 형산강 하구의 모습.

“형산강 프로젝트, 창조경제 모델로 추진해야”

경주시와 포항시가 경북도와 함께 이제 막 손을 잡은 `형산강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성사되려면 모두 5천억원에서 1조원의 거대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복지 부문의 부담으로 인해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이번 사업이 감당해야 할 난관들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에 따라 막대한 예산을 확보해야 할 부담 만큼 어떤 사업으로 내용을 채워내야 할지도 당면과제이다.

□ 어떤 사업 담고 있나

경북도는 이번 사업을 통해 형산강이 보유한 각종 자원을 활용한 지역발전의 창조모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도와 두 두시가 공동 사업 추진을 협의한데 이어 11월에는 실무협의회를 개최했으며 조만간 부문별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또 단기적 성과를 모아 상반기 중에 포럼을 개최하고 하반기에는 중앙부처 등에 국비사업화 할 것을 건의, 2016년에는 국비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부터 오는 2020년까지 6년동안 포항 환호해맞이공원에서 경주 남산권 간 에코트레일, 경주 월령보에서 양동마을 입구 간 테마공원, 포항 형산강 하안 등에 생태관찰원, 형산강 전적지 일대 호국벨트, 포항의 하구 일대 사이언스 밸리와 아트웨이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 `데크 설치식 사업` 탈피해야

이번 사업의 구체적 시작은 경북도가 조만간 발주할 예정인 연구용역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도내에서는 아직 본보기로 삼을 만한 선행사례가 없어 실무자들이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토교통부가 추진한 `고향의 강 사업`의 경우 강 둔치를 주민친화시설로 조성하는 토목사업의 성격이어서 이번 사업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포항지역사회연구소의 일원으로 2002년 단행본 `형산강` 발간에 참여한 김규형 사진작가는 “대부분 지자체의 강 관련 사업들을 검토한 결과 대동소이한 내용 및 성과였음이 확인됐다”면서 “사업의 취지에 맞게 두 도시를 비롯한 민간 전문가들의 참여를 확대시켜 아이디어를 풍부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자원기술사인 김광수 현대기술개발 대표는 “전국에서 유행처럼 무분별하게 시행됐던 둘레길 조성사업이 형산강 프로젝트에도 그대로 적용되면 안된다”면서 “`데크 설치식 사업`이 재연되지 않도록 노력한다면 강을 매개로 두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활용한, 명실상부한 창조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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