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비계 붕괴사고 왜
전문가, 지지대 미설치·ㄷ자형 연결 등 지적
10일전에도 근로자 추락사, 안전불감 드러나
경찰·노동부 “안전보건법 준수 여부 등 조사”

▲ 포항세명기독병원 신관 증축 공사장에서 발생한 임시가설물(비계) 붕괴사고 현장에서 119구조대원이 크레인에 고립된 근로자를 구조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29일 포항세명기독병원 신관 증축공사현장에 설치된 임시가설물(비계)가 붕괴돼 현장 근로자 3명이 다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경위

29일 오전 10시 50분께 포항시 남구 대도동 세명기독병원 정형·성형병원 건물 공사현장에 설치됐던 높이 40m, 길이 40m 가량의 비계가 건물 오른쪽으로 절반 가량 붕괴됐다.

다행히 인근 인도를 지나던 행인이 없어 대형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공사현장에서 외벽 타일 부착 작업을 하던 강모(42)씨 등 근로자 3명이 귀가 찢어지는 등의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다.

이와 함께 공사 현장 앞에 세워졌던 아반떼 승용차 1대가 비계에 깔려 크게 부서졌으며, 크레인 바스켓에서 건물 외벽 타일 운반 작업을 하던 조모(38)씨는 사고 발생 1시간 만인 낮 12시께 119구조대원에 의해 구조됐다.

△최근 사망사고 이어 또 다시

지난 19일 이 병원 같은 현장에서 이미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안전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날 오후 1시 20분께 같은 공사현장 4층에서 건물 외부 유리창 청소를 하던 신모(60·여)씨가 바닥으로 추락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는 남편 김모(65)씨와 함께 건물 외부 유리창 청소를 하던 중이었고, 점심을 먹으려고 안전고리를 풀고서 안전발판으로 이동하다 실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신씨는 이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이날 오후 4시 56분께 끝내 숨을 거뒀다.

△직접 원인 `부실 시공` 추정

이번 비계 붕괴 사고를 두고 병원·시공사 측과 건축전문가들의 주장이 엇갈려 경찰의 수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병원 측과 시공사인 S건설 측은 이번 사고를 두고 `크레인으로 에어컨 실외기를 건물 옥상으로 옮기던 중 비계를 건드려 무너져 내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이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크게 세 가지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설령 크레인이 비계를 쳤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무너져 내리는 것은 부실시공 외에는 답이 없다는 것.

사고 후 현장을 둘러본 한 건축사무소 관계자는 “비계 바닥을 단단히 고정하는 지지대인 비계 베이스 플레이트를 설치하지 않았을 경우와 비계를 연결하는 부분을 단단히 고정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또 이번 붕괴는 신축 공사현장처럼 `ㅁ`자로 네 부분이 서로를 지탱하는 것이 아니라 `ㄷ`자인 3면만 고정돼 있어 비계가 서로를 지탱하는 힘이 상대적으로 부족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현장근로자와 건설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와 함께 안전수칙을 제대로 준수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 현장 감독관은 “가설구조물 붕괴는 관련 안전장치가 미흡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조사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세명기독병원은 정형·성형병원 증축을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연면적 49만 3천990㎡의 지상 8층 건물 공사를 시작했고, 오는 4월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윤경보기자 kbyoon@kbmaeil.com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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