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원
대구대 교수·유아교육과

최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유아를 상대로 한 학대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세간에 충격을 주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유아교육기관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거나 노년층 인력을 고용해 교육현장에서 학대 여부를 감시하는 방안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 이에 한걸음 더 나아가 모 국회의원은 `실시간`CCTV를 설치해 학부모가 교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학대 방지에 대한 서약서를 교육청에 제출하는가 하면 몇몇 원장선생님들은 선생님들에게 아이를 만진다든가 동작을 크게 해 CCTV상으로 봤을 때 오해의 여지를 남기지 않도록 당부하기도 했다.

잇따라 학대사건이 생기자 일부에선 유아교사 자격증 취득의 낮은 진입 문턱을 지적하며 교사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문성이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전문적 지식과 기술, 소양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유아교사의 전문성은 무엇일까? 노래하고 율동하며 동화책을 읽는 등 아이들의 활동 모습을 교실 유리창 너머로 얼핏 보면, 어린아이를 가르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한 소절의 동요를 부르며 몸동작으로 가사 내용을 표현할 때 중요한 것은 몸동작의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창의적인 표현이며,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것을 몸동작으로 표현함으로써 얻는 카타르시스다.

이처럼 성인 구경꾼의 눈에 비치는 교실 내 활동 모습은 단순할지 모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유아교사의 전문성은, 아이들이 율동을 `왜`해야하며 이들의 활동을 `어떻게`지원할 것인지를 아는 지식에서 비롯되며, 아이들의 창의적인 표현을 격려하기 위해 개방형 질문을 하고 다양한 표현을 지원하는 능력에 있다.

뿐만 아니라 교사 전문성의 요소에는, 발달과 개인적 특성에 대한 이해, 아이들이 교육적이고 의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운영하는 능력, 예기치 못한 일들을 맞닥뜨릴 때 의사결정을 할 능력, 다문화 및 정보기술화 등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해 새로운 지식과 패러다임을 습득하고 이를 교육현장에 접목하는 능력, 자신의 삶뿐 아니라 아이들의 삶과 미래 사회에 대한 비전 등 셀 수 없이 많다. 이러한 교사 전문성의 내용과 깊이를 고려할 때 단기간 혹은 속성 교사양성과정은 쇄신돼야 한다.

재직중인 교사들이 끊임없이 자신의 전문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유아교육 기관에서는 아이들을 교육하고 돌보는 일 외에 잡무가 많아서 교사 입장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개발할 여력이 없다. 기관의 행정이나 잡무를 맡을 보조교사를 고용하고, 교사가 대학원에 진학해 소정의 재교육을 받고자 할 때 시간적으로나 재정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 개별 유아교육기관이 교사 재교육이나 보조교사의 투입을 전적으로 담당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으므로, 국가가 이를 담당하거나 각 기관이 교사 전문성 개발을 위해 투자할 때 국가차원에서 해당 기관에 인센티브를 넉넉히 제공하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교사도 사람이기에 주변의 감시·감독보다는 스스로 `유능하고 좋은 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전문성은 사회가 전문직으로 인정해주고 대우해줄 때 갖춰질 수 있으며 또한 직무 수행에서 자율성을 인정받을 때 발휘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학대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유아교사가 전문성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교사 양성과정을 강화되는 동시에, 유아교사가 제도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인정받고 기대 받는 일이다.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제도와 지원, 사회적 기대와 처우는 감시와 처벌에 우선돼야 할 것이다. 학부모를 안심시킬 수 있는 것은 모 국회의원이 제안한 `실시간 CCTV`일까 아니면 `제대로 교육받은 교사`일까? 이미 학대가 발생하여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형국이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외양간을 `대충` 고칠 수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