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

오스트리아에는 사회동반자제도(Die Organisation und Operation der Sozialpartnerschaft)라는 것이 있다. 노동자와 사용자 그리고 정부가 오스트리아의 미래를 위해 서로를 인정하며 상생협력 할 것을 협약한 제도다. 오스트리아는 유럽에서도 노사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있는 선진국 중의 하나다.

사실 이익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노동자와 사용자간의 대립은 불가피한 것이다. 결국 생산물에 기여한 노동과 자본에 대한 소유권과 지분 다툼인 것이다. 이런 대립관계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첩경은 서로의 가치를 진정으로 인정하면서 최상으로 협력하는 길이다. 생산물에 대한 노동과 자본의 공유가치(Shared Value)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인데 오스트리아의 사회동반자제도는 이런 배경에서 출발했다. 이 제도는 “자본 없는 노동 없고 노동 없는 자본 없다”라는 현실 논리에서 시작한다. 노동과 자본이 만나고 노동자와 사용자가 만난다. 힘 있는 사람과 힘없는 사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만난다. 치우침이 없이 비교적 공정하고 정상적인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되는 제도이기도 하다. 때문에 사회 동반자 제도의 핵심 기관을 `평등회의`라고 부른다. 노동과 자본이 만나지 못했던 중세의 농민 투쟁과 근세의 노사 대립, 그 투쟁과 혁명의 역사가 던진 교훈을 기억하는 것이다.

오스트리아도 한때는 극심한 빈부 격차 때문에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극단주의적 사고가 퍼지면서 사회 전체가 위태로운 적이 있었는데 사회동반자제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잉태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가 광복을 맞이한 1945년, 오스트리아는 독일의 패전으로 작은 공화국으로 독립했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극도의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시절, 정치도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당시 양대 정당인 중도 좌익의 사회민주당과 중도 우익인 국민당은 분열과 혼란에 빠진 나라의 사회적 통합을 위해 모든 이해관계를 던지고 가슴과 심장을 맞대기 시작했다. 번갈아 집권하거나 연정을 통해 정치 안정과 사회 통합에 주력했으며, 노동자 단체와 사용자 단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동반 상생할 협약을 체결했다. 오스트리아가 이 같은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요인은 노동과 자본에 대한 `공유가치`를 서로가 진정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은 노동 속에도 수많은 형태의 자본과 노동이 섞여 있고, 자본 속에도 다양한 노동과 자본이 녹아 있는 복잡한 시대에 살고 있다. 쉬운 예로 노동자도 기업의 주식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만큼 소유관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다. 노동과 자본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정치와 사회, 그리고 각종 제도와 얽힌, 단칼에 벨 수 없는 수많은 소유 관계를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이러한 소유에 대해 아메리칸 드림의 종말을 고하고 유러피언 드림을 외친 미국의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오래전부터 소유가 아닌 접속의 시대가 온다며 `소유의 종말`을 주장했다. 사유(私有)가 아닌 즉 공유(共有)시대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요즘 화도가 되고 있는`공유경제`니 `공유가치 창조`(Creating Shared Value)라는 것들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특히 `공유가치 창조`는 사회적 갈등의 치유와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등장하고 있을 정도다. 최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도 승자 독식의 신자유주의 비판과 반성의 대안으로 `공유가치 창조`와 관련된 것들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갑오년을 보내고 을미년 새해를 맞이했다. 비정상적인 갑을 관계에 대한 사회적 갈등이 표출된 갑오년이기도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갑을의 관계는 피할 수 없는 것들이다. 비정상적이고 건강하지 못한 갑을 관계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을 뿐이다. 사회 구성원의 모든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공유의 가치`를 인정하고, 소통하며 사회적 갈등이 치유되는 을미년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