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공동모금회, 기부영수증 발급기준 `황당`
1만5천여가구 방문 기증서명 받아라 요구도
“누가 기부하겠나” 반발에 “절차 바뀌어” 해명

사랑의 열매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완제품이 아닌 재료를 기부했다는 이유로 기부영수증 발급을 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어렵게 형성된 지역 기부문화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11월 초 안동지역 A법인기업과 B개인기업은 사랑의 김장나누기 행사로 불우이웃을 돕는 안동시새마을부녀회에 고춧가루 350포(시가 515만원)을 기부한데 이어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현금 50만원도 기부했다.

당시 이 기업들은 기부증명확인서를 받아 모금회에 제출하고 기부금액 중 연말정산 시 일부 세금(법인10%·개인15%)을 절세받기 위해 영수증 발급을 요청했다.

그러나 모금회는 이 기업들에게 돈이나 현물, 즉 완제품(김치)을 기부하지 않고 양념류와 같은 재료를 기부했다는 이유로 영수증 발급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해당 기업주들은 황당한 입장이다. 올해뿐 아니라 수년전부터 매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에 기부해 왔고 매년 모금회로부터 영수증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굳이 기부영수증을 발급받으려면 기업주들이 기부한 고춧가루로 담근 김장을 전해 받은 불우이웃 1만5천여 가구를 직접 방문해 서명을 받아오라고 요구한 것.

이같은 횡포에 반발한 기업주들은 이미 기부한 현금만이라도 되찾아 적십자 등 광의의 단체에 기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기업의 대표인 이모(45)씨는 “사실 초록우산, 유니세프, 적십자 등 기부할 곳이 많지만 지역의 불우이웃부터 돕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해당 모금회에 기부했다”면서 “기부가 이렇게 까다롭고 번거롭다면 어느 누가 선뜻 기부하겠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최근 까다롭게 바뀐 절차 때문에 보다 정확한 서류를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한 요구를 했다”면서 “재검토해 민원이 원활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안동/권기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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