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약은 미나리아재비과 여러해살이풀로 꽃말은 수줍음이다.
일명 함박꽃이라고도 하는 작약은 모란이 지고나면 따라 핀다. 꽃이 아름답고 약용으로 뛰어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중국에서는 모란을 `꽃의 왕`이라 하여 화왕(花王)이라 했고 작약을 `꽃의 재상`이라 하여 화상(花相)이라 했다. 약재로 뛰어났던 것은 서양에서도 마찬가지다. 작약의 속명은 패오니아(Paeonia)이다. 패오니아는 그리스 신화에 여러 신들이 서로 싸울 때 받은 상처를 의사 패온(Paeon)이 작약을 최초로 사용하여 치료하였다는데서 유래되었다. 작약은 한방에서 기본적으로 갖춰 놓아야할 5대 약재 가운데 하나이다. 뿌리를 말린 것을 달여 복용하면 신경이나 근육의 긴장을 누그려 뜨려 복통이나 신경통 등 통증을 멈추게 한다. 빈혈로 인해 일어나는 팔이나 다리 등의 근육경련에도 감초와 함께 섞어 사용하면 효과가 있다. 아침부터 피었다가 해가지면 꽃봉오리를 오무린다고 해서 인지 꽃말은 수줍음, 부끄러움이다. 작약은 부케로도 많이 쓴다. 꽃이 크고 화려해서 조금만 꾸며도 멋진 부케가 되기 때문이다.

작약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옛날 파에온이라는 공주가 사랑하는 왕자를 싸움터에 보내고 혼자서 살고 있었다. 공주는 왕자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왕자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수많은 세월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눈먼 악사 한 사람이 대문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공주는 그 노랫소리가 너무 구슬퍼 귀를 기우려 자세히 듣다가 깜짝 놀랐다. 그 노래는 왕자가 공주를 그리워 하다가 마침내 죽었다는 사연이었다. 왕자는 죽어서 모란꽃이 되어 머나먼 이국땅에서 외롭게 살고 있다고 했다. 공주의 슬픔은 헤아릴 수 없이 컸다. 공주는 장님이 부르던 노래 속에 나오는 나라를 찾아갔다. 과연 모란꽃이 있었다. 공주는 그 모란꽃 곁에서 열심히 기도했다. “다시는 사랑하는 왕자님 곁을 떠나지 않게 해 주소서!” 공주의 정성은 마침내 하늘을 감동 시켰다. 공주는 모란꽃 옆에서 예쁜 작약으로 변하게 되었다. 모란이 남성적이라면, 작약은 여성적인 꽃이라 할 수 있다.

김한성<수필가·전 군위초등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