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옛날 파에온이라는 공주가 사랑하는 왕자를 싸움터에 보내고 혼자서 살고 있었다. 공주는 왕자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왕자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수많은 세월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눈먼 악사 한 사람이 대문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공주는 그 노랫소리가 너무 구슬퍼 귀를 기우려 자세히 듣다가 깜짝 놀랐다. 그 노래는 왕자가 공주를 그리워 하다가 마침내 죽었다는 사연이었다. 왕자는 죽어서 모란꽃이 되어 머나먼 이국땅에서 외롭게 살고 있다고 했다. 공주의 슬픔은 헤아릴 수 없이 컸다. 공주는 장님이 부르던 노래 속에 나오는 나라를 찾아갔다. 과연 모란꽃이 있었다. 공주는 그 모란꽃 곁에서 열심히 기도했다. “다시는 사랑하는 왕자님 곁을 떠나지 않게 해 주소서!” 공주의 정성은 마침내 하늘을 감동 시켰다. 공주는 모란꽃 옆에서 예쁜 작약으로 변하게 되었다. 모란이 남성적이라면, 작약은 여성적인 꽃이라 할 수 있다.
김한성<수필가·전 군위초등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