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받으며 12시간 고된 근무 `3D 직종`
정원 못채워 경영난에 보육료 지원마저 열악
교사 탄력운영도 안돼… 올해만 31곳 문닫아

▲ 포항시 남구 연일읍의 한 가정어린이집. 원장은 “교사 3명이 아동 19명을 돌보고 있지만 보육료 지원이 부족해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돈 벌려고 하는 일이 절대 아닙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가정어린이집 파업 소식에 원장들이 배부른 소리한다고 말하더군요. 아이들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해서 하는 일입니다. 꿈을 따라 여기까지 왔는데... 현실은 너무 힘듭니다”

15년 가까이 가정어린이집을 운영해온 원장 김모(53·여)씨는 “최저임금 받으며 하루 12시간 일합니다. 3D직종이 따로 없지요. 교사들을 격려해 겨우 이끌고 있지만 얼마나 버틸지 걱정입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포항시 내 가정어린이집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아동 정원 충족률이 70%에 그쳐 정상 운영이 어려운데다가 보육료 지원금 역시 교사 인건비와 퇴직금 인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운영자 부담만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현재 총 343곳인 가정어린이집은 `전성기`로 불린 2년 전과 비교해 300여 개소가 줄었다. 게다가 올해 신규 인가는 2곳에 불과한 반면 문을 닫은 곳은 31곳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동안 민간어린이집 12곳이 폐지된 것에 비해 2배 이상 빠른 속도다.

포항시가정어린이집연합회는 가정어린이집의 원아 정원 충족률이 70%에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최대 정원이 20명이지만 원아가 한 명도 없어 사실상 운영을 멈춘 곳도 11곳에 달하는 것으로 전했다.

남구 연일읍의 한 원장은 “정원 19명을 채웠지만 지원 여건이 열악해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할 경우 적자”라며 “날씨가 추워져 혹시나 차량이 고장 나면 어쩌나 싶어 매일 조마조마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가정어린이집이 원아 정원을 채우지 못해도 교사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행 보육법에는 연령별 반편성 시 만 0세는 1대 3, 만 1세는 1대 5 등으로 교사 대 아동비율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동 1명이 채워지지 않는다고 해서 교사를 채용하지 않거나 임금을 줄일 수도 없다.

반면 보육료 지원은 4년째 동결됐고 내년엔 3% 인상된다. 원아 간식비, 교사 인건비 등을 감안해 애초 10% 이상의 인상을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5년째 동결`과 마찬가지라는 목소리다.

이에 원장이 교사를 겸하거나 차량운전, 음식조리까지 1인 4역을 맡아 운영해도 교사들의 임금 및 퇴직금 인상률을 따라가지 못해 대출로 운영비를 충당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포항시가정어린이집연합회 김숙희 회장은 “교사들의 고용이 보장돼야 양질의 보육 및 교육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제 채용 등 탄력적 교사 운영은 어렵다”라며 “탁상공론에서 나온 보육료 인상이 아니라 현장 여건을 반영한 실질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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