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금강의 절경이 늦가을 여행객들을 손짓하다

▲ 갖가지 모양의 기암괴석과 울창한 가을 단풍으로 물든 숲, 산 아래 펼쳐지는 바다를 품고 있는 남해 금산은 금강산과 비슷하다 하여 소금강으로 불리고 있는 가을여행의 대표적 산이다.
▲ 갖가지 모양의 기암괴석과 울창한 가을 단풍으로 물든 숲, 산 아래 펼쳐지는 바다를 품고 있는 남해 금산은 금강산과 비슷하다 하여 소금강으로 불리고 있는 가을여행의 대표적 산이다.

11월은 계절로 쳐도 늦가을이다. 한낮에는 따뜻한 기가 남아 있지만 아침저녁 나절에는 제법 쌀쌀한 기운도 감도니 때 이르게 감기도 걱정할 만하다. 하지만 등산을 하다보면 계속 걸으며 오르고 내리는 일을 수없이 반복하기 때문에 11월 중순이 돼도 땀이 날판이다.

그래서 늦가을에 등산을 하게 되면 춥지도 덥지도 않아 딱 좋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낙엽지는 모습도 볼 겸해서 등산객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여행을 많이 떠나게 된다.

울긋불긋 단풍·기암괴석 바위산으로 뒤덮인 절경은 `자연이 주는 선물`
불교3대 기도처 보리암엔 바다·명산의 절묘한 조화로 전국 신도들 발길

이번 등산은 즐거운 산행이다. 그 이유는 고향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요, 또한 평소에 오르고 싶었던 경남 남해안의 금산에 오르기 때문이다.

필자는 남해에 몇 번 들를 일이 있어도 금산과 보리암을 지나쳐 왔는데, 이번에는 정기 등산을 가니까 금산에 올라 남해바다를 바라보고 늦가을 속에서 자연의 비경을 싫도록 볼 수 있어 가기 전부터 기대가 된다.

 

▲ 보리암에 온 많은 사람들이 주변의 풍경을 즐기는 모습.
▲ 보리암에 온 많은 사람들이 주변의 풍경을 즐기는 모습.

아침 7시에 약속장소에 나가 고향 선후배들과 인사를 나눈 뒤 버스에 올랐다. 7시에 출발한 차는 고속도로와 국도를 지나 남해까지 오는데 3시간이 약간 더 소요됐다.

남해는 보물섬으로 소문나 있는 관광지다. 그만큼 관광지가 많다는 것인데 남해 12경 중에서 제1경이 금산과 보리암이니 이번 등산이 명승을 보는 코스라 더욱 의의가 있다.

또한 금산 38경으로 소문난 쌍홍문, 제석봉, 일월봉을 금산 정상으로 오르면서 다 볼 수 있고 보리암에도 들를 수 있으니 금산이 남해의 보물섬 가운데도 으뜸이 아닌가.

남해에 도착한 우리는 오전 10시20분 쯤 금산탐방지원센터 앞에 도착했고, 차에서 내려 팔운동도 하면서 금산에 오를 준비를 한다.

 

▲ 금산의 절경을 맛볼 수 있는 제석봉.
▲ 금산의 절경을 맛볼 수 있는 제석봉.

금산에 오르는 등산코스는 상주면과 이동면에서 오를 수 있는데, 통상적으로 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쌍홍문과 보리암을 거쳐 다시 금산 정상에 올랐다가 보리암으로 내려와서 출발지로 원점 하산하는 코스를 이용하는데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등산 목적이 아니라면 이동면 복곡저수지 주차장에서 보리암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해 보리암에 내려서 도보로 금산 정상까지 올랐다가 같은 방법으로 원점 하산한다.

하산방법은 두 가지인데, 출발했던 복곡저수지 주차장으로 내려올 수도 있고, 쌍홍문 방향으로 해서 탐방지원센터로 내려올 수도 있다.

우리 일행들은 도선바위, 쌍홍문을 거쳐 왼편으로 접어들어 제석봉, 단군성전을 본 다음에 금산 정상에 올랐다가 하산하는 길에 보리암으로 내려서서 쌍홍문을 거쳐 원점 하산하는 코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 등산길에 나서서 돌계단을 오르는 일행들.
▲ 등산길에 나서서 돌계단을 오르는 일행들.

들머리를 삼아 오르는 길은 돌계단이다. 흙길에 돌을 박아 정비한 길로 흙길보다는 걷는데 편안하지가 않지만 관광지답게 비교적 등산로 정비가 잘돼 있는 편이다.

그 길로 40분 정도 올라가니 도선바위 약수터가 나오고 다시 돌계단과 돌로 정비된 흙길을 30분 정도 오르고 다리를 건너니 암벽으로 된 두 개의 문이 나타나는데 쌍홍문이다. 돌문 속으로 들어가 보니 속이 비어 있고 계단이 있다. 천정에 구멍이 뚫어져 하늘이 보인다.

조선조 한림학사였던 주세붕이 “유홍문 상금산(由虹門 上錦山)”이란 글을 남겼는데 뜻은 “홍문으로 말미암아 금산에 오르다”는 의미다. 금산에 오르는 관문임을 말하는 것일까? 알 수 없지만 돌문을 보고서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쌍홍문을 지나 왼쪽 방향을 잡아 5분 정도 걷다보니 제석봉이 앞에 있다. 제석봉은 이 바위에 무당의 신인 제석님이 내려와서 놀았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바위다. 바위 아래서 올려다보니 삐죽삐죽한 암벽들, 금산의 바위절경이 한눈에 다 보인다.

제석봉을 보고서 뒤쪽 맞은편에 있는 흔들바위를 보며 단군성지로 향한다. 아래쪽으로 펼쳐지는 남해의 경치들을 보면서 걸으니 돌길이 많은 등산로지만 힘들이지 않고 무료하지가 않다.

이윽고 단군성전에 도착했다. 단군성전은 우리 겨레의 시조인 단군할아버지를 모시고 기리는 성전으로 1995년에 세워졌으며 금산 정봉에 오르는 길목 가까이 있기 때문에 금산을 찾는 관광객들은 한번쯤은 들르게 된다. 이제 금산 정봉은 눈앞에 빤히 보인다. 주위가 온통 기암괴석들로 뒤덮여 절경을 이루고 있다.

일행들은 능선 길까지 다시 70m쯤 걸어 나가 10분 남짓 걸어 금산의 정봉에 도착했다.

금산은 원래 이름이 보광산이다. 신라시대 때 원효대사가 지금의 보리암 자리에서 관음보살을 친견한 후 `보광사`라는 절을 창건한 뒤로 `보광산`이라 불렸다.

 

▲ 남해 금산의 정상 표지석.
▲ 남해 금산의 정상 표지석.

조선 건국 후에 금산으로 바뀌었다. 정봉에서 이 산에서 젊은 시절의 이성계가 백일기도를 드렸는데, 그때 이성계는 자신이 왕위에 오르면 산에 비단을 선물하기로 약속을 했다.

조선을 개국한 뒤에 약속을 지키기 위해 중신들과 회의를 가졌으나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에 한 중신이 “우리나라에는 그 산 전체를 덮을 만한 비단이 없으며, 비단으로 산을 감싼다 해도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누더기가 되므로 산 이름을 `금산(錦山)`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비단 대신 이름을 하사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유래된 금산은(681m) 한려해상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유일한 산악공원이다. 금강산과 흡사하다고 하여 소금강 또는 남해 금강으로 불리고 있는데 인근의 전망은 가히 일품이다.

정상에서 필자는 여기저기를 둘러보면서 가을이 무르익는 시기에 맞춰 가을여행의 대표적인 관광지 금산에 오기로 잘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산 전체에 울긋불긋한 단풍이 기암괴석의 바위산을 둘러싸고 있으니 많은 사람들은 늦가을에 금산을 찾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정상에서 가까이 보이는 바다와 붉게 타는 가을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산들을 바라보며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 같은 풍경을 마음에 안는다.

“어디에 이런 곳이 또 있을까/ 기암괴석 절경에다가/ 주변 산이 울긋불긋 단풍으로/ 붉게 타는 금산에 올라/ 바다를 굽어보노라면/ `남해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그 내력을 알만하다.//이 산에서/ 백일기도 끝에 영험을 얻어/ 조선왕조를 개국했으니/ 비단으로 산을 덮는 대신/ 이름을 금산이라 했다는 곳/ 여기 정상에 올라 정갈한/ 자연에게 길을 묻노니.”(자작시`남해 금산에서` 전문)

정상을 내려서서 바로 밑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산 전체가 가을산이 단풍으로 붉게 물드는 풍경을 보면서 가을 햇볕 속에서 식사를 하면서 휴식을 취하는데 멀리 가까이 보이는 절경들은 자연에 대한 감사와 함께 경외를 가지기에 충분하다.

식사를 마치고 그 길로 내려서서 10분정도 내려서서 보리암에 도착했다. 보리암에는 많은 신도들과 관광객, 산행 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는데 필자는 법당에 들어가 조용히 불공을 올린 다음에 경내를 돌아다보고, 해수관음보살상에서 소원도 빌어보았다. 보리암은 신라의 원효대사가 지은 절로 원래의 이름은 보광사이다. 이 절은 쌍계사의 말사로 남해 12경 가운데 금산과 함께 제1경으로 치는 명승지다.

그것은 이 절이 금강 38경을 이루는 천태만상의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 눈 아래 펼쳐지는 바다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으니 명산으로 영험이 있는 기도도량이다.

그래서 강화도의 보문사, 양양의 낙산사와 함께 우리나라 불교 3대 기도처로 소문나 있는 사찰이기도 한데, 전국에서 신도들이 연일 줄지어 찾고 있는 곳이다.

가을이 타는 한 때 남해 금산의 정상에 올랐다가 그 유명한 보리암에서 기도를 마치고서 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경내에서 많은 사람들 틈 속에서 있자니 마음이 한없이 편안하다. 마음 같았으면 여기서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생각이 와락 든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이제 하산이다. 일행들은 쌍홍문과 도선바위를 거쳐 주차장으로 내려오던 중에 금산자연관찰로를 한 바퀴 돌고난 뒤 주차장에 도착해 등산을 모두 끝냈다.

고향사람들이 모인 산악회에서 명산에 와서 좋은 구경을 했다. 돌아오는 길에 남해 시내에 있는 삼천포횟집에 들려 간단히 저녁식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진 후 귀가 길에 올랐다.

주말마다 산행하면서 매양 느끼지만 힘은 들어도 등산으로 인해 행복하다. 일상에서 겪은 복잡한 생각들을 잊고서 자연의 지혜를 배우는 등산은 그래서 생활의 활력소라 하지 않던가.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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