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청 배상윤 검사, 울릉 저동中서 법질서 교육
빛바랜 추억의 흑백사진 함께 보며 이야기꽃 활짝
현직 검사가 36년전 어머니가 처녀 시절 여교사로 근무하던 섬마을 학교를 찾아가 학생들과 만난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7일 울릉군 저동에 자리잡은 저동중학교에서는 대구지검 포항지청과 법무부 법사랑위원 포항지역연합회가 마련한 법 질서 교육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입도(入島) 이래 울릉도에서 검사가 처음으로 교육을 한다는 의미가 있었지만 학생들은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다소 산만하게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뒤 의외의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연단에 선 학교폭력 담당 배상윤(34)검사가 갑자기 “여러분이 다니는 이 학교는 저와 깊은 인연이 있는 곳”이라고 말한 것. 배 검사는 일순 장내에 학생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퍼진 가운데 강의 화면을 띄웠다. 한 젊은 여교사가 밝게 웃고 있는 학생들 가운데 수줍게 미소를 짓고 있는 한장의 흑백사진.
주인공은 바로 배 검사의 어머니로서 미혼이던 지난 1976년 사회교사로 근무하던 중 소풍날 찍은 사진이었다. 또 다시 올려진 여러 사진 속에는 촛대바위가 배경으로 보이는 학교 교정을 비롯해 36년전 옛 모습을 더듬어 갈 수 있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이후 배 검사의 강의는 학생들의 열띤 호응과 깊은 관심 속에 진행됐으며 끝난 뒤 몇몇 학생은 스스럼 없이 다가와 법조인이 되는 길을 물어오기도 했다. 배 검사는 이미 어린시절 어머니로 부터 울릉도에서 2년 근무하던 시절 아름다운 자연과 순박한 인심을 비롯해 아름다운 기억을 전해 들었다. 그래서 동료 검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 학교 강의를 맡게 됐다.
배상윤 검사는 “도서낙도의 학생들은 다양한 직업을 접할 기회가 적어 진로에 대해 품 수 있는 꿈의 기회도 그만큼 적다”면서 “어머니와의 인연 덕에 울릉도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강의를 할 수 있어서 보람스러웠다”는 소감을 말했다.
한편 배 검사의 어머니는 지난 1979년 교사를 그만 둔 뒤 현재 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며 외할아버지도 장학사로서 울릉도에서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