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청 배상윤 검사, 울릉 저동中서 법질서 교육
빛바랜 추억의 흑백사진 함께 보며 이야기꽃 활짝

▲ 대구지검 포항지청 배상윤 검사와 울릉 우산중학교 학생들이 입도 후 처음으로 열린 법 질서 교육이 끝난 뒤 활짝 웃고 있다.

현직 검사가 36년전 어머니가 처녀 시절 여교사로 근무하던 섬마을 학교를 찾아가 학생들과 만난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7일 울릉군 저동에 자리잡은 저동중학교에서는 대구지검 포항지청과 법무부 법사랑위원 포항지역연합회가 마련한 법 질서 교육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입도(入島) 이래 울릉도에서 검사가 처음으로 교육을 한다는 의미가 있었지만 학생들은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다소 산만하게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뒤 의외의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연단에 선 학교폭력 담당 배상윤(34)검사가 갑자기 “여러분이 다니는 이 학교는 저와 깊은 인연이 있는 곳”이라고 말한 것. 배 검사는 일순 장내에 학생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퍼진 가운데 강의 화면을 띄웠다. 한 젊은 여교사가 밝게 웃고 있는 학생들 가운데 수줍게 미소를 짓고 있는 한장의 흑백사진.

주인공은 바로 배 검사의 어머니로서 미혼이던 지난 1976년 사회교사로 근무하던 중 소풍날 찍은 사진이었다. 또 다시 올려진 여러 사진 속에는 촛대바위가 배경으로 보이는 학교 교정을 비롯해 36년전 옛 모습을 더듬어 갈 수 있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이후 배 검사의 강의는 학생들의 열띤 호응과 깊은 관심 속에 진행됐으며 끝난 뒤 몇몇 학생은 스스럼 없이 다가와 법조인이 되는 길을 물어오기도 했다. 배 검사는 이미 어린시절 어머니로 부터 울릉도에서 2년 근무하던 시절 아름다운 자연과 순박한 인심을 비롯해 아름다운 기억을 전해 들었다. 그래서 동료 검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 학교 강의를 맡게 됐다.

배상윤 검사는 “도서낙도의 학생들은 다양한 직업을 접할 기회가 적어 진로에 대해 품 수 있는 꿈의 기회도 그만큼 적다”면서 “어머니와의 인연 덕에 울릉도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강의를 할 수 있어서 보람스러웠다”는 소감을 말했다.

한편 배 검사의 어머니는 지난 1979년 교사를 그만 둔 뒤 현재 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며 외할아버지도 장학사로서 울릉도에서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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