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산업융합·수요창출 모색해야
저성장기 `철강 생태계` 발전 방안

박찬욱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고려대 경영학 박사
●포스코경영연구소(포스리) 수석연구원
●고려대 노동대학원 경영전략 출강
●전 홍익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중국의 소비 증가율 향후 1%, 세계 설비과잉능력 6억t, 업계 평균 수익 제로. 세계 철강업계가 당면한 현실이다. 그러나 철강의 미래는 아직 희망적이다. 동남아를 비롯한 이머징 시장의 도시화는 철강수요를 견인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현재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수입이 늘고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수입규제는 확대되고 있어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은 670만t으로 전년 대비 34.1% 급증하면서 국내 철강시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8월 기준 16개국에서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총 57건의 규제 및 조사가 진행되는 등 각국의 철강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됨에 따라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응이 절실한 실정이다.

철강산업에 대한 규제도 경쟁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어서, 규제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생산을 줄이거나 중단하면 매출액이 3~4%가 감소하고, 직접고용은 1천500명, 연관산업까지 포함한 간접고용은 1만명 정도 고용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업계가 공통으로 생존법을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는 △동아시아 시장 공략 △산업 융합형 생태계 촉진하는 정책제도 정비 △수요 다각화 등을 들 수 있다.

철강산업도 기술분야에서는 열린 혁신으로 공동문제 해결형 협동을 연구해야 한다. 마케팅 분야에서는 고객선택의 폭을 넓히는 제품개발과 내수방어에 주력해야 하며, 철강산업의 사회적, 경제적 가치 증대를 위한 공동협력을 위해 산업융합형 생태계를 촉진하는 정책제도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포항 철강 생태계의 2대 특징은 높은 수출 의존도와 영남권 전방산업과의 연관성이다. 포항 철강산단 생산액의 72%를 차지하는 1차 금속산업은 특히 수출경기에 민감하다. 다행히 올 1~8월 포항철강산단의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5.7% 증가한 덕분에 전체 생산액도 2.9% 증가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전체로 보더라도 철강재 직·간접 수출량은 철강생산 총량의 49%에 달할 정도로 세계경제와 연동돼 있다. 여기에 영남권의 산업기계, 운수장비산업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철강산업의 전방산업 연관효과가 높은 이유다.

포항 철강 생태계의 건강성은 대구·경북지역 경제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생태계란 상호작용하며, 공진화하는 가치 복합체로 정의된다. 아무리 뛰어난 기업도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생태계 전체의 건강성이 파괴되면 생존이 어려워진다. 생태계 건강성은 3가지 요소도 평가된다. 첫째 수익성을 높이는 생산성, 둘째 외부충격 대응력이 높은 강건성, 셋째 신기술 신제품으로 틈새시장을 창출하는 창조성이다. 구글과 애플의 IT 생태계는 이러한 요건을 비교적 잘 충족해 성공했다.

포항 철강 생태계의 건강성을 높이려면 우선 철강산업과 연결된 비즈니스 네트워크의 확장과 신뢰를 기반으로 가치지향의 질적 경쟁과 연계협력경쟁 시대를 리드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시장 및 제품의 경계를 넘어서는 비즈니스 영역의 확장은 필수적 과제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경량화 추세로 인해 소재간 결합, 기술간 융합화가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면, 철강과 알루미늄,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등 보완재들과의 소재 융합화를 선도하는 활동도 가치 연관성의 확장 측면에서 중요하다.

포항 철강 생태계는 그동안 국내 수요산업의 발전과 글로벌화, 정부의 중화학공업육성정책과 연관산업단지 개발 등에 힘입어 놀라운 성장을 구가했다. 그리고 포항의 강점인 산학연 R&D역량과 연관산업 인프라, 영남권 광역 산업벨트와 환동해 물류 환경 등을 활용하면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대기업이 중심이 돼 철강을 메인 플랫폼으로 하는 클러스터는 물론이고, 중소기업이 중심이 되는 보완 플랫폼 육성 관점에서 일종의 테마 클러스터의 개발도 유용하다. 해외 사례로 보면 일본 나고야 지역처럼 철강과 자동차 등 연관산업들간의 공진화 모델이 이상적이다. 영국의 셰필드처럼 소프트한 보완적 비즈니스를 육성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궁극적으로 포항 철강 생태계는 권역내 생태계 참여자들이 긴밀한 상호작용과 자생적 진화 노력을 유도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 철강산업 관련 플랫폼 육성 방안으로는 포항산단 기업들이 주도하는 부품설계제작 플랫폼, 산학연 R&D와 테크노파크의 역할이 중요한 기술표준 플랫폼, 철강가공단지와 영남권 수요산업이 협업해 시장을 개발하는 클러스터 특화 플랫폼, 글로벌 시장을 개발하는 오픈마켓 플랫폼 등이다.

생태계 전략이 중요한 이유는 주어진 비즈니스 환경을 생태계 참여자들이 협력해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포항 철강 생태계의 비전은 우선 철강업 참여자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나아가 철강 생태계와 연계된 자생적 클러스터를 개발 육성할 뿐만 아니라 포항이라는 지리적 경계를 넘어서는 글로벌 개방성으로 생태계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정부와 지자체, 생태계의 중핵인 주력 참여기업들, 그리고 선진 생태계 문화를 촉진하는 자발적 시민행동 의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