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는 정당공천제에 목이 매여 있고, 지자체는 재정이 중앙정부에 예속돼 있는, 자치(自治) 같지 않은 지방자치를 이번에는 반드시 고치겠다는 의지가 지방의회와 집행부에서 공히 분출되었다. 28일 양 기관 의장들이 제주도에서`제대로 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방안`을 도출했다. 지방의회의 경우, 견제와 비판, 감시 감독을 제대로 해나가기 위해 `자치입법권` 확대, 지방재정 독립성과 자율성, 지방의회 직원 인사권 독립, 광역의회 정책보좌관제 도입, 지방공기업 임원과 고위공무원에 대한 인사검증제도 도입 등을 주장했다.

또 지자체장들도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특별법, 담뱃세에 소방 안전세 부과, 시도지사 대우를 현행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승격, 자치조직 운영·시행권 보장, 중앙·지방 간 협력회의 설치 등을 요구했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와 협의 없이 재정적·행정적 부담을 지우는 현행제도는 문제고, 조세의 80%가 국세에 집중돼 있는 현 제도에서는 지방정부가 중앙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반쪽자치의 원인이다.

특히 국가 전체 소방예산 3초2천억원 중 95%를 지방이 부담하고 있는데, 화재의 주요 원인인 담배에 `소방안전세`를 부과하는 것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또 중앙정부가 지방자치조직 구성을 획일적으로 제한함에 따라 지역특성을 반영한 자치조직 구성이 어려운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자치조직 운영의 자율성 보장`을 요구했다. 심한 예속적 상황속에서 `중앙-지방 협력회의`라도 구성해서 지자체장들이 대통령과 국정현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도 좋겠다.

한편 지방의회 의장협의회도 “지방자치 시행 23년이 지났지만 법적·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지방의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데, 이는 지방자치법이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지방4대 연합체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군구청장협의회` `전국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연계해 전국적인 지방자치법 개정운동을 벌여나갈 방침을 정했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은 29일 대구에서 열린 지방자치박람회에 참석해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요구사항을 참조해 “역동적이고 건전한 지방자치 여건 조성을 목표”로 하는 `지방자치 개선 계획`을 발표하고 `지자체 기구 정원규정`과 `지방자치법 시해령`을 30일 입법예고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방의회와 주민참여 관련 제도는 내년 상반기까지 당정협의를 통해 결정토록 했다.

지방의 요구를 다 반영할 수는 없고,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것이 세상 이치다. 이번 안행부장관의 발표내용도 그러한 정신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자치`를 위한 재정적·행정적 독립성에 있어서는 발전적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