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 편집국장

앞으로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까 고민하는 중·고교생들에게 신문사와 기자직을 소개하는 진로체험교육을 지난 5월, 7월 각 1회, 그리고 10월에 두 차례 가졌다.

사실 신문제작은 그리 한가한 작업이 아니다. 필자의 업무스케줄만 봐도 오전 국장단회의, 편집국 데스크회의부터 시작해 오후 편집회의와 기사출고, 신문편집 및 교정, 조판출고로 이어지는 일련의 제작공정은 하루종일 분주하다. 하지만 신문기자란 직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역할을 하는 지 궁금한 중·고등학생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일도 사회봉사가 아닌가 믿어 시간을 쪼개어 자청한 일이었다.

가장 최근에 회사를 방문한 연일중학생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내며 신문기자란 직업에 대해 동경하는 모습이었다. 어린 학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고민하다가 먼저 신문을 어떻게 만드는 지를 보여주는 프로세스(과정)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으로 말문을 열었다. 신문제작과정은 일견 단순하다. 취재→기사작성→편집(제목&디자인)→조판출고→인쇄→배달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 과정 하나하나는 몇 시간의 설명도 부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문기사의 재료를 모으는 `취재`과정의 어려움은 어느 기자든 책 한권 써 낼 수 있을 정도의 에피소드가 널려있을 정도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작업과정이다. 사회 비판을 속성으로 하는 신문기자의 접근을 반기지않는 사회분위기도 일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래서 기자들은 경찰이나 검찰, 구청 공무원 등 취재원들에게 뉴스가 될 만한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낸다. 혈연이나 지연, 학연을 동원하는 것은 기본이고, 식사대접이나 선물로 정보원의 환심을 사기도 한다. 어떻게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자주 만나야 뉴스소스를 얻을 수 있고, 특종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는 게 스트레스로 느껴진다면 취재기자와는 상성이 맞지않다고 충고한다.

힘든 취재과정을 거쳐 모은 재료들을 가공하는, 기사작성 과정은 더욱 험난하다. 아름다운 우리 말로, 간결하고 정확한 기사를 작성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신문독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 까 하는 고민이 녹아있어야 한다. 좋은 기사를 쓰는 법에 대한 얘기는 몇 시간이 아니라 밤을 새도 끝낼 수 없는 주제다. 사실 신입기자들에게 기사작성법을 가르칠 때 기사를 잘 쓰는 법보다는 틀리게 쓰지 않는 법을 가르칠 때가 더 많다. 기사를 어떻게 쓰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기사를 어떻게 쓰면 안된다는 것은 사례를 들며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를 꿈꾸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국어사전을 자주 찾아보고, 글 읽기를 생활화할 것을 당부한 뒤 바른 글쓰기와 관련한 책에 나오는 문법에 맞지않는 문장호응이나 잘못 사용된 단어나 문장사례 등을 몇 가지 소개하고 넘어간다.

신문사 조직구조와 직제 소개도 포함된다. 신문사에 와보지 않은 사람들은 신문사에 어떤 직종이 있는 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편집국·광고국·판매국·총무국으로 구성된 회사 편제와 편집국장이나 편집데스크의 역할, 편집기자와 취재기자의 차이 등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신문읽는 법을 소개한다. 매일 20면을 발행하는 경북매일신문 지면 가운데 17면까지는 뉴스나 정보가 실려있다고 한다면 오피니언(여론)면인 18·19면(금요일자엔 17면도 포함)에는 칼럼과 사설이 실려있으며, 이런 글들을 매일 읽고 사색하는 습관을 들이면 글쓰는 법은 물론 생각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현대는 정보와 지식과잉 시대다. 그러나 사색하는 법과 삶의 지혜, 어떤 일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시하는 매체는 많지 않다. 신문의 오피니언면은 그런 뜻에서 매우 소중하고, 신문이 존재하는 이유 자체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