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도로 무차별 통행 기울기·틈새 이격에 악영향
경주 문화재청, 내년 3월까지 정밀 안전진단 실시

▲ 턱 밑을 쉴 틈 없이 왕래하는 차량들로 인해 천년의 세월을 견뎌 온 첨성대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보 제31호인 경주 첨성대를 온전히 보전하기 위해서는 주변 도로의 차량 통행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첨성대의 기울기와 틈새 이격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달 초 긴급 현지조사를 벌인 문화재청 관계자들은 첨성대가 북쪽으로 205㎜ 기울어지고, 서쪽 석축 일부가 최대 131㎜까지 벌어진 것으로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첨성대의 기울기와 석축 사이 틈은 1910년대 사진에서도 발견되는 것으로, 최근 발생한 인근 동해의 지진에도 불구하고 붕괴가 우려될 정도로 급격하게 기울기와 틈새 이격이 진행된 것은 아니어서 안전에 문제는 없다고 전했다.

1981년부터 해마다 첨성대에 대한 안전점검(구조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는 문화재청은 2009년 10월 기울기를 처음 확인했다. 이때 북쪽으로 200㎜, 서쪽으로 7㎜ 기울어진 것으로 조사됐으며, 지진 발생 이후인 지난 9월에는 북쪽 204㎜(서쪽은 변동 없음)로 4㎜가 더 기울어졌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구조상황을 두고 문화재청이 내년 3월까지 첨성대에 대해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한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관련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인접 도로는 작업 차량과 함께 인근 마을을 왕래하는 대형 화물차량까지 무차별 통행하면서 천년을 견뎌온 첨성대가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더구나 이 도로를 통해 관광객들을 가득 실은 관광용 비단벌레전동차까지 쉴틈 없이 왕래하는 등으로 해당 관청이나 시민이 모두 혼연일체가 돼 국보급 문화재의 고통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외부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첨성대를 북쪽에 두고 신라왕경의 중심지인 동부사적지대를 가로 질러 나 있는 2차선 규모의 도로는 첨성대를 보호하기 위해 쳐놓은 `펜스`에서 2m밖에 떨어지지 않은 근접 거리로 차량 통행으로 인한 소음과 진동이 첨성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 29일 스페인에서 왔다는 60대 여성 관광객은 “은퇴 후 여러 나라를 여행 중인데 국가적인 보물급 문화재를 접해 도로를 개설, 차량 통행을 허용하고 있는 곳은 대한민국 뿐”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이달 초 현지 조사 때 국립문화재연구소 조은경 학예연구관은 “첨성대의 안전을 확신하기엔 정보가 부족한 면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인근 도로의 차량 통행이 첨성대의 기울기와 틈새 이격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황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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