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천명관 지음 창비 펴냄, 224쪽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60쪽)

계획한,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는 인생이 얼마나 될까?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걸어온 길에 대한 되새김질은 답을 찾기 힘들다. 이리 비틀, 저리 주춤거리며 나이를 쌓는다.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는데, 하여간 그렇게 됐다.”(121쪽)

뭐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렇게 산다. `고귀하게` 태어났지만 처연하게 객사해 중음을 떠도는 죽은 자의 이야기(사자의 서), 섬에서 혹독한 삶을 감내해내야 하는 질투 많은 여자들(동백꽃), 부푼 꿈을 안고 귀농했지만 결국에는 파탄 난 가족(전원교향곡) 등처럼 말이다. 그렇게 처연하면서도 혹독한 삶을 견디면서도 가끔 웃는다.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아꼈던 웃음을 터뜨리는 할아버지(우이동의 봄)와 닮았다.

“그래, 까짓것. 거칠게 한판 살다 가는 거다. 인생 뭐 있나?”(110쪽)

`고래` `고령화 가족`에서 이야기꾼의 면모를 뽐낸 천명관(50·사진)이 `유쾌한 하녀 마리사` 이후 7년 만에 소설집을 펴냈다. `사자의 서` `우이동의 봄` `파충류의 밤` 등 여덟 편의 단편이 담긴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다.

“그래! 진즉에 트럭을 몰았어야 했다. 운전석에 앉는 순간 경구는 비로소 자신의 인생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깨달았다.”(128쪽)

표제작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는 한때 잘나가던 트럭운전사였지만, 이혼 후 하루살이 막노동꾼으로 전락한 남자 이야기다. 어느 날 일당에 더해 손에 쥔 칠면조로 외상값을 독촉하는 남자를 후려치고는 트럭을 훔쳐 정처없는 길을 떠난다.

 

“혹시 마누라를 만난다면 선물이라며 칠면조를 불쑥 내밀어도 재밌을 것 같았다. 그때 아내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130쪽)

천명관은 고통받고 방황하는 절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삶과 죽음, 꿈과 현실을 오가며 때로는 통쾌하게 때로는 쓸쓸하게 담는다. 이는 소설 속 사회의 주류에 편입된 듯 보이는 사람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인기 작가는 내적으로 방황하고(왕들의 무덤), 출판사 편집장은 불면으로 외로운 시간을 견딘다(파충류의 밤)

비극의 궁지에 몰린 인물들이 난관을 헤쳐 나가기 위해 택한 해결책이 예상치 못한 극단적인 방법이거나 엇나가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천명관의 아이러니는 농담과 해학을 넘어선다. 그리고는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아꼈던 웃음을 터뜨리는 할아버지`를 통해 말한다.

“얘야, 잊지 마라. 사는 건 누구나 다 매한가지란다.”(182~183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