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

가을이 절정에 달할 시기인 10월 막바지 축제의 계절답게 안동과 예천을 비롯한 경북북부지역에서도 크고 작은 많은 축제가 열렸다.

전 세계적 축제라면 우리는 역시 유럽을 떠올린다. 오죽하면 유럽에는 5계절이 존재한다고 사람들이 얘기할까. 이른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축제의 계절이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셀 수 없이 많은 축제들이 열린다는 뜻이다.

크든 작든 대부분 수 백 년을 이어온 축제들이어서 연륜으로 따지면 우리들의 축제와는 크게 구분이 된다. 축제의 개막은 지역인사의 지루한 기념사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축제를 상징하는 핵심적인 퍼포먼스로 시작된다. 대부분 왁자지껄한 가장행렬이 등장하고 유쾌하고 떠들썩한 분위기로 모두가 하나의 몸으로 승화되는 것이 축제의 특징이다. 축제가 벌어지는 지역의 주민들 모두가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주인공들이다. 그리고는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도 급기야 축제와 한 덩어리가 되면서 절정을 이루는 과정을 밟아간다.

중세 유럽, 연명하기 어려운 농노와 걸인들이 동네 축제에 가면을 쓰고 합류해 난장판을 벌이며 사회적 불만을 쏟아내다가 영주나 통치자들에게 감금을 당하는 등 축제의 역사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지금도 유럽의 카니발에서 가면과 날카로운 정치사회적 풍자가 등장하는 것도 이 같은 축제역사와 맥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결국 중세와 근대에 이르기까지 영주나 절대왕권의 부당함에 굴복하지 않았던 투쟁의 주역들이었으며, 오늘날 당당한 현대시민으로 거듭나고 있는 주인공들인 것이다.

봄의 카니발로부터 바야흐로 축제가 시작된다. 독일 카니발의 경우, 뒤셀도르프나 마인츠의 카니발도 유명하지만 아무래도 쾰른의 카니발을 대표적으로 꼽는다. `알라프`(쾰른 만세)란 축제의 함성이 쾰른의 높은 성탑을 지나 하늘로 치솟기 시작하면서 카니발이 시작된다. 전통적인 광대들의 카니발 행렬이 시작되고 중세를 거슬러 가는 삼성인 농부 왕자 그리고 젊은여자가 등장하고 사육제차와 의장대행렬도 나타난다. 젊은 여자는 사실은 남자다. 히틀러는 남성은 복장도착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 실제로 여성을 등장시켰지만, 그 후로 다시 남성이 변장하고 있다. 의장대행렬은 비난받아야 할 프로이센과 프랑스의 점령군을 패러디한 것이다. 뭔가를 조롱하고 웃어야 한다. 정치풍자도 빠질 수 없다. 각 정당이나 정치인들의 부정이나 스캔들이 도마에 올라 난자질 당한다. 주인공인 시민들 앞에서.

지난 5일 막을 내린 뮌헨의 가을축제 옥토버페스트(10월 축제)도 시청 앞 광장에 걸쳐 있는 100여 개의 마을과 각종 직능단체가 왕, 귀족, 농부, 광대 등으로 분장하고 시내를 행진하면서 축제의 서막이 펼쳐진다. 동시에 뮌헨 시장이 그해 첫 생산된 맥주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된다. 그리고 축제 참가자 모두가 한 몸이 된다.

깊어가는 10월 우리들의 도처에서도 많은 축제가 열렸으며 또한 열리고 있다. 하나 같이 주최 측에서는 지역주민 모두가 주인공이라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지는 것을 흔하게 목격할 수 있다. 한두 번 지적된 것도 아니며 어제 오늘 지적된 것도 아닌 것들이다.

바로 축제와 별 상관이 없는 또한 지루하기 그지없는 지역인사들의 축사와 기념사다. 특정 인사의 이름이 여러 번 반복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게다가 뒤늦게 도착했다며 추가적인 소개와 함께 박수를 유도하는 철없는 사회자도 그리고 거기에 맞춰 넙죽 절 올리는 용감한 지역인사와 지역정치인들마저 우리는 마냥 지켜보고 있다. 초보적인 민심도 못 헤아리는 지역인사와 정치인이 아직도 주위에 많다는 사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비록 각 지역마다 축제의 역사는 짧지만 참여하는 시민이 진정 주인공이 되는 축제를 만들려면 개막부터 어찌해야 할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