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세를 떠난 산에서 즐기는 가을볕 한 자락

▲ 속리산 신선대에서 바라보는 청법대 모습.
▲ 속리산 신선대에서 바라보는 청법대 모습.

기상청에서 올해 단풍 예상도를 발표했다. 국내 산 가운데 가장 단풍이 곱게 물든다는 내장산은 지난 18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최고조를 맞고, 속리산, 가야산이 그와 비슷한 시기라 예보했다.

이번 산행은 속리산 홀로 등산이다. 경북매일에 산행기를 연재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전국의 이름난 명산을 소개해야하는데 그런 연유로 속리산을 찾았다.

사전 산행 정보를 알아본 뒤에 동대구역에서 오전 6시48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이용해 대전으로 가서 그곳에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보은 법주사로 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새벽에 일어나 배낭과 장비를 챙긴 다음 자료를 들고서 집을 나섰다. 주말마다 행하는 등산이라 등산가는 날은 버릇처럼 굳어진 습관이라서 이제는 빠른 시간에 준비를 해서 모임장소로 나가는 것에는 익숙해져 있다. 산악회가 주관하는 전용차량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지만 산악회에서는 코스를 정했다가 참여자가 극히 소수일 때는 취소되는 경우가 많아 꼭 가고 싶은 행선지가 있다면 미리 확인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편하다.

법주사는 보은땅·문장대는 상주땅… 깊어지는 가을풍경에 탄성 절로
가파른 고개로 숨이 차 할딱거린다는 깔딱고개 휴게소 리본들 `눈길`

등산장비를 갖추고 동대구역에서 기차를 타고 자리를 잡으니 필자처럼 등산복장을 한 팀들이 몇몇 보인다.

대전에 오전 7시45분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용전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해 오전 8시20분에 출발하는 보은 속리산행 차에 탑승했다.

도심을 벗어나 시골길을 달리다가 보은 내속리에 있는 법주사로 가는 길목에서 정이품송을 보면서 다 왔구나 하고 안도를 한다.

속리산 버스주차장에 정확히 오전 10시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대략 위치를 파악한 다음 가을 아침에 속리산 들머리가 있는 법주사 쪽으로 걷는다. 공휴일이라 이른 시간이라 할 수는 없지만 산에 오르는 사람들보다는 관광객들이 더 눈에 띈다.

법주사 탐방지원센터에서 입장권을 구입하고선 일주문을 지나는데`호서제일가람`이라는 편액이 눈 에 확 들어온다. 법주사가 호서지방의 으뜸가는 가람이라는 말이다.

 

▲ 법주사를 중심으로 천황봉(1천58m)과 관음봉을 연결하는 일대를 일컫는 속리산은 그 아름다운 풍경으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이 찾는 산 중 하나다.
▲ 법주사를 중심으로 천황봉(1천58m)과 관음봉을 연결하는 일대를 일컫는 속리산은 그 아름다운 풍경으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이 찾는 산 중 하나다.

`호서`는`충청남·북도와 대전광역시를 통칭해 부르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인`제천 의림지의 서쪽`이라는 뜻이다.

일주문에서 법주사까지는 2km 남짓 거리인데 도로가에 있는 나무숲은 오래전부터 `오리숲`이라 하여 명성을 날려 왔는데, 그 거리가 오리려서 오리숲으로 부르고 있다.

한참 걸어가서 법주사를 왼편에 두고 오른쪽 등산로를 택했다. 법주사는 하산할 때에 들려보기로 하고, 등산코스를 먼저 선택했다.

속리산은 보은, 상주, 괴산에서 오를 수 있고 등산 코스만 10여 가지가 되지만 오늘 등산코스인 법주사탐방지원센터- 세심정- 중사자암- 문장대- 신선대- 경업대로 해서 세심정으로 하산하는 코스가 주로 많이 찾는 일반화된 코스다.

함께 가는 등산 일행이 없으니 이정표를 보면서 시간과 장소를 잘 이용해야한다. 속리산은 첫 산행이지만 그동안 등산을 여러번 해봤으니 기본이 몸에 배어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

길 왼편으로 나타나는 상수원을 보면서 잘 다듬어진 길을 걷는데, 세심정까지 2,7km는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다. 약 1시간 정도 올라가니 세심정 휴게소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왼쪽은 문장대 가는 방향이고, 오른쪽은 비로봉과 천황봉으로 가는 방향이다. 필자는 왼편으로 접어들어 산행하는데 여기서부터는 산길 오르막이다.

계속 되는 오르막길로 500m 쯤 걸으니 조그만 암자 복천암이 있다. 그냥 지나쳐 2번째 휴게소인 용바위 휴게소에 도착했다. 여기까지는 차길이 나있는데 장사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고, 일반인들은 법주사 탐방관리센터의 매표소에서 도보로 걸어와야 한다.

 

▲ 깔닥고개 휴게소에 걸린 산악회를 알리는 리본들.
▲ 깔닥고개 휴게소에 걸린 산악회를 알리는 리본들.

용바위휴게소를 지나고서 경사도가 상당한 고개를 힘들게 올라서니 고개 이름이 깔딱 고개다. 이 고개에 오르면 숨이 차서 할딱거린다는 뜻으로 깔딱고개(또는 할딱고개)로 부르고 있는데, 특징인 것은 휴게소내에 산악회에서 걸어놓은 리본이다.

필자는 `독도사랑산악회` 리본을 끄집어내 가장 잘 보이는 중앙 자리에 달았다. 이곳을 지나는 많은 등산객들이 독도사랑하는 마음을 다지고 산악회를 알리니 꿩 먹고 알 먹고 아닌가.

다시 산행을 계속해 중사자암에 도착했다. 등산을 시작한지 1시간 반 정도된 시간이다.

이 사찰은 신라 성덕왕 19년(720년) 의신조사에 의해서 이루어졌다고 전하고 있고 있으며, 현재 건물은 1957년에 새롭게 지었고 이후 종현스님이 1985년도에 사찰을 중수했다고 한다.

여지도서에 의하면 “중사자암은 현 동쪽 35리 속리산아래에 있다. 원종대왕 원당(願堂)이다”는 기록이 있는바, 원종은 선조의 아들로 조선의 16대 왕인 인조의 아버지이니 조선 때는 인조의 도움을 받아 번성했다고 전해진다.

중사자암을 나와서 계속 되는 오르막을 타고 올라 4번째 휴게소에 도착했다. 그냥 지나치면서 30분 정도 계속 오르니 비로소 하늘이 열리기 시작하고 넓은 공터에 흙길이 나타난다.

이제 200m 앞이 목적지다. 마지막 힘을 내어 철 계단을 타고 올라 오늘 계획했던 속리산 문장대에 도착했다. 등산 들머리에서 6.9km 지점이고 여기까지 오르는데 2시간 반이 걸렸다.

 

▲ 문장대 정상 표지석.
▲ 문장대 정상 표지석.

문장대 정상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고 주변 나무 펜스로 둘러 처진 곳으로 가서 멀리 산들을 바라본다. 전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바로 앞이 관음봉이고 뒤를 돌아보니 속리산의 정봉인 천황봉이 모습을 보이고 그 사이에 비로봉, 청법대, 경업대 등이 시야에 들어온다.

속리산은 법주사를 중심으로 천황봉(1,058m)과 관음봉을 연결하는 일대를 말하는바, 9개의 봉우리가 있어 원래는 구봉산이라 불렀으나, 신라 때부터 속리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법주사는 충북 보은땅이지만 문장대는 경북 상주 땅이라는 것이다. 문장대 정상에서 경치를 조망하다가 준비해온 점심식사를 했다. 등산객들이 사진을 찍고 떠들어대는 소리를 들으면서 가을 햇빛을 맞으며 혼자서 식사를 해결한다.

이곳 문장대에 오르기가 힘들어서인지`문장대에 세 번 오르면 신선이 된다`는 말이 있다.

오늘 처음 여기에 올라선 필자는 홀로산행을 하면서 느끼는 막막한 고독감에 젖는다. 마치 한 마리 고독한 새처럼 말이다.

하산할 준비를 하며, 주변 풍경을 다시금 가슴에 안아본다. 신선이 되기 위함이 아니지만 언제가 기회가 되면 두 번 정도는 다시 와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니 그래도 기분이 좋아진다.

“국내 산 가운데/ 두 번째로 인기 있다는/ 속리산 홀로 등산에 나서/ 기차를 타고 버스도 이용하면서/ 문장대, 여기에 오르기까지/ 여간 힘든 게 아니었지만/ 기대로 가득찬 산행이었다.// 원래 `운장대`란 이름이/ 왕이 올라 시를 읊었다 해서/ 문장대로 바뀐 그 산 정상에 올라/ 계절이 깊어가는 모습과/ 푸르게 열린 하늘 길을 향해/ 한없이 낮은 소리를 띄우고 나면/ 어느덧 고독한 새가 되고 만다”(자작시`속리산에서`전문)

아쉬움과 다시 찾아올 것을 다지면서 문장대를 내려서서 문수봉 쪽으로 향해 능선길 따라 이동하면서 철계단과 나무계단을 오르내린다. 혼로 등산이니 평상시보다는 속도가 더 빠르다.

청법대를 지나 신선대에 도착하여 주변을 살피면서 잠시 쉬다가 다시 길을 재촉해 정글 같은 숲길을 헤쳐 나와서는 넓은 바위지대인 경업대에 올랐다.

그곳에서 내려서서 우측으로 100m 정도 나오니 관음암이다. 돌 굴속으로 들어가니 법당이 나오는데, 절터만 있고 지금 공사 시작 중이어서 부처님은 굴속에 임시로 모셔놓고 있다.

신기한 점은 부처님을 모셔 놓은 곳에서 한 방울씩 물이 떨어지고 있고, 인근에 장군샘이 있다. 큰돌 속에서 어떻게 물이 나오는지 필자가 생각해도 신비하다.

하산하면서 비로산장과 세심정을 거쳐 평탄한 길로 들어서니 계곡 물소리가 맑게 들린다. 그 길로 곧장 내려서서 법주사에 도착하니 5시 20분이다. 등산한지 7시간 20분이나 됐다.

 

▲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법주사는 서기 553년 의신이 인도에서 불경을 가져와 이곳 산세의 웅장함과 험준함을 보고 불도를 펼 곳이라 생각하고, 큰 절을 세워 법주사라 하였다고 전해진다.

필자는 경내를 한 바퀴 돈 다음에 법당에 들어가 오랫동안 참선을 했다. 어둑해서야 절을 빠져나와 대구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향한다.

오늘하루, 등산로가 낙엽 밟는 흙길이 아니어 힘든 등산이었지만 속세를 떠나있는 산을 홀로 산행하면서 마음 깊이 주워 담은 가을볕 한 자락에 새겨지는 인생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선다.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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