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재선충과의 전쟁`에 일찌감치 항복하고, 궁성 등 중요 지역 소나무만 방제 관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소나무는 민족나무이기 때문이다. 애국가에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듯`이란 귀절이 있고, 옛부터 소나무숲을 나라에서 보호하면서 중요 건축 자재로 사용했으며, 조상 산소 둘레에는 으레 소나무를 심었다. 그러니 소나무를 보호하지 않을 수 없고, 재선충 방재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소나무 과보호의 부작용도 있었다. 식목일때 마다 소나무를 심으니 너무 밀식해서 각종 병이 덤볐고, 송진이 많아 불이 잘 나고, 한 번 나면 끄기 어려웠다. 솔가지가 불덩이가 돼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며 산불을 확산시켰다. 그래서 “산불에 취약하고 병에 잘 걸리는 소나무 그만 심고, 불에 강한 은행나무나 참나무를 많이 심자”고 나무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소나무는 망국의 나무”라고 극언하는 사람도 있다.

재선충은 가느다란 실처럼 생겼고, 스스로 이동할 수 없지만, 솔수염하늘소의 몸속에 기생하다가 이 매개충이 소나무 새순을 갈아먹는 순간에 나무에 옮겨간다. 재선충은 번식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감염된 소나무는 30일 만에 고사한다. 물이 올라가는 관을 막아 감염되면 100% 말라죽기 때문에 `소나무에이즈`란 무서운 이름까지 붙었다. 솔수염하늘소는 한 마리가 100개 가량의 알을 낳는데, 가을에 소나무 속에 산란하면 겨울 동안 애벌레로 자라고,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번데기로 변하는데, 이 순간에 재선충들이 덤빈다. 여름에 번데기가 날개를 달고 성충이 되면 재선충은 그 매개충의 몸에 들어간다.

솔수염하늘소를 항공방제로 죽이고, 감염된 소나무를 파쇄하거나 약품훈증하거나 나무에 주사하는 방법으로 방제를 하는데, 파쇄기가 들어갈 수 있는 산에서는 칩으로 만들어 연료로 사용하고, 그렇지 않은 곳에는 훈증약을 뿌려 비닐로 덮어둔다. 경남 남해와 사천 지역은 재선충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곳인데, 재선충으로 황폐화된 야산에 고사리단지를 만들어 새로운 소득원이 되기도 한다. 방제에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본전`을 뽑을 방법도 있는 것이다.

솔수염하늘소는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으니, 지자체간 협의·협력이 필요하다. 한 곳에서는 방제를 하는데, 이웃 지자체가 하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문화유적지나 군사보호구역이나 산림청이 아닌 부서에서 관리하는 산들도 협동작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염목 발견인데, 근래 개발된 드론(Drone)을 이용하면 가장 정확한 예찰과 유효적절한 방제약 살포가 가능하다. 이 무인헬기에 카메라 GPS 등 장치를 달아 전국의 산을 감시하고, 약품을 뿌리면 재선충과의 전쟁도 조기에 끝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