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방침에… 애연가들 새 풍속도
편의점 등 돌며 1~2갑씩… 전자담배 매출도 `껑충`

#포항시 북구 창포동에 사는 직장인 송모(30)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 편의점 5~7곳을 순례하며 담배를 서너갑씩 사 모으고 있다. 집 근처 담배 소매점에는 `담배 판매 제한을 실시하게 됐습니다. 양해 부탁 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송씨는 “번거롭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미리 사 두면 몇 천 원씩이라도 번다는 생각에 틈날 때마다 편의점에 들른다”고 고백했다.

정부의 담뱃값 인상 발표와 함께 `담배 사재기`를 막기 위한 구매 수량 제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이에 애연가들 역시 물량 확보에 나서거나 전자담배를 구매하는 등 본격적인 대처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11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내년 1월부터 담뱃값 2천원 인상안을 발표했다. 곧이어 12일에는 `매점매석 행위에 대한 고시`를 시행해 담배 도·소매 판매업자들이 일정 물량 이상의 담배를 확보할 수 없도록 법적 조치를 취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월평균 담배 판매량의 104%를 넘겨 팔 수 없도록 단단히 못을 박았다.

담배 도·소매점에서 손님 1인당 담배 2~5갑 정도로 판매량을 제한하자 애연가들은 발품을 팔아가며 직접 물량 확보에 나섰다. 출퇴근길 등 특정 시간을 이용해 동네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등을 돌아 다니며 담배를 사 모으고 있는 것이다.

포항공대 대학원생 이모(29)씨는 “내년부터 담뱃값이 2천원 이상 오른다고 해 미리 사두고 싶지만 1보루씩은 팔지 않아 편의점을 지날 때마다 일부러 들러 담배를 구입한다”며 “주변 흡연가들 역시 다람쥐가 도토리 모으듯 `월동 준비`하는 것처럼 조금씩 자주 구입해 쌓아두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같은 `다람쥐족`만큼이나 전자담배 장만에 나선 애연가들도 대거 늘었다. 실제 지난 9월 G마켓의 전자담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천16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지역에도 전자담배 매출 증가와 함께 판매업체 역시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는 상황.

한 달 전 개업한 남구의 A전자담배업체 관계자는 “시기를 잘 탄 덕분인지 남녀노소 애연가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며 “특히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다. 직장인 여성들도 물건을 구입하고자 자주 찾는다는 점도 특이하다”고 전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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