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독일 드레스덴과 드레스덴공대는 이제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작센주(州) 주도(州都)드레스덴의 드레스덴공대에서 통일프로세스(드레스덴 선언문)를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핫 이슈인 5·24 문제 등 남북한 당국이 만나 책임 있는 자세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누어 풀어 나가야 한다”고 남북간 대화 의지를 밝혔다.

최근 북한의 실세 3인방이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가를 이유로 한국을 방문했다. 방문한 속내와 의미는 워낙 예측을 불허하게 만드는 북한이지만, 한 걸음씩 신뢰가 쌓여 훗날 통일이 이뤄진다면, 드레스덴은 우리에게도 의미 있는 도시가 될 것이다.

국내 여러 도시들도 상황에 따라 드레스덴과 직·간접적 협력체계를 갖추고 있다. 대덕테크노밸리를 가진 대전시의 경우 드레스덴시(市)와 과학기술교류협력 강화와 공동발전을 위한 `과학기술교류협정`을 체결하고 있으며 경북 포항도 드레스덴공대 및 막스플랑크연구소 등과 학술연구교류협력을 맺고 있다.

드레스덴은 찬란한 문화의 도시이자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독일의 창조경제를 견인하는 도시다. 정보통신기술(ICT) 클러스터도 드레스덴의 심장으로 박동한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반도체 기업들이 지금 드레스덴의 중심부에서 관련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으니 유럽의 실리콘밸리가 아닐 수 없다.

문화도시 드레스덴이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열린 연구소와 열린 대학, 그리고 긴밀하게 이뤄지는 산학연의 연계를 생략할 수 없다. 독일 최대 철강업체인 티센쿠르프, 솔루션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SAP, IBM, 롤스로이스 등이 대학의 산학협력파트너들이다. 이뿐만 아니라 드레스덴에는 드레스덴공대를 포함해 10개 대학과 수많은 노벨수상자를 배출한 기초과학 연구기관인 막스플랑크(Max Planck)연구소, 응용과학 연구기관인 프라운호퍼(Fraunhofer)연구소와 라이프니츠(Leibniz)연구소 등 독일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연구기관이 들어서 있다.

게다가 대학과 연구소들은 시민은 물론 어린 꿈나무들과도 소통하는 열린 연구소, 열린 대학들이다. 이 같은 독일의 대학이나 연구소는 독일 시민 모두가 주인이다. 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가 그렇다. 독일 및 서유럽의 대학들은 학생뿐만 아니라 시민에게도 열린 공간으로 항상 소통과 활용이 가능하다. 누구나 듣고 싶은 교양 강의가 있으면 아무런 절차 없이 언제든 강의실에 들어가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물론 시험을 치거나 학위를 받는 것은 절차에 따라 등록을 마친 학생들로만 제한되지만 개인적인 지적 욕구를 위한 학습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모든 대학들이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때문에 이상할 것도 없다.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지적 공간을 공유하면서 시민 모두가 대학의 주인이 된다. 연구소 등에서도 미래 꿈나무를 키우는 프로그램이나 시민과의 워크숍과 세미나도 자연스럽게 시행된다.

마침 신도청시대를 맞아 최근 안동에서도 안동의 미래성장 동력이 될 소프트웨어산업 육성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영세하기는 해도 지역 산업체와 대학이 협력해 `안동 소프트웨어협의회`를 결성한 후 개최된 행사다. 특히 안동은 장차 도청소재지로서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주목 받을 가능성이 높은 도농복합형의 문화도시다. 더구나 안동은 댐으로 인해 대규모 공장시설 등이 제한된다는 점에서도 소프트웨어산업의 육성에 대한 논의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가 문화 혹은 농업 분야로 특화한다면 크게 발전할 수도 있다.

물론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부상하고 있는 독일 드레스덴과 아직 걸음마도 못하고 있는 경북 안동의 소프트웨어산업의 장래를 논하는 데는 무리가 있지만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속담처럼 특별히 관심 가져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