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든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도나 청렴도는 하위권이다. 처칠 같은 중량급 정치인도 “정치가는 거짓말을 잘 해야 하고, 그것도 그럴듯 하게 잘 포장할 수 있어야 유능한 정치가”라고 실토한 적이 있다. 20세기 초의 중국 정치평론가인 이종오 라는 학자도 `후흑학(厚黑學)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저술했다. 그는 중국 역대 권력자들을 분석해서 “얼굴 두껍고 속 검은 정치가들이 대체로 성공하더라”란 결론을 내렸다.

우리 사회는 정치가에 대해 대체로 `체념`하는 분위기이다. “정치가들이란 본래 그런 사람들”이란 푸념이나 할 뿐이다. 이것은 정치가를 대놓고 비난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평가이다. `유머작가`라는 직업군이 있는데, 이들의 `밥`이 국회의원이다. 세상의 나쁜 것은 모두 의회 의원에 결부시키는데, 그 중에서 가장 신랄한 비판이 “정치가의 말은 못 믿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추상적 비난이 아니라 현실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

회기 100일이 넘도록 법안 하나도 처리하지 못하고, 입법부의 소임을 팽개친 의원들이 4백만원에 가까운 추석 상여금을 태연히 받아갔는데, 양심에 찔려 반납한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 한 사람뿐이었다. 세비, 수당, 의원실 운영비, 보좌진 임금 등을 합해 의원 1인당 월 소요 비용이 1억원을 훨씬 넘는데, 이 돈이 국민혈세로 나간다. 그 외에도 교통편을 공짜로 이용하는 등 특혜도 적지 않고, 다른 사람은 꿈도 못 꿀 `불체포특권`까지 누린다. 무노동 무임금 규정도 없는데다가, 국정감사때가 되면 `장관 불러놓고 호통치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난 대선때 후보자들은 국민의 귀에 솔깃한 공약을 마구 쏟아냈다. 세비 30% 삭감, 특권 내려놓기 등등 `국민이 믿을 수 있는 국회의원`이 될 조짐이 보이기도 했지만, 선거 끝나자 모든 공약이 `망각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새정련은 대리기사들(乙)을 지원 보호한다며 `을지로`를 만들었지만, 김현 의원 일행의`대리기사 무시 폭행`과 甲질에 대해 당은 남의 일처럼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일 안 하는 국회 해산하라!” 국민의 소리가 의원들 귀에도 들린 모양이다. 여야 의원들이 `혁신작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새누리당 혁신위는 공천 개혁, 특권 내려놓기, 정당 체질 개선 등 혁신안을 마련할 것이라 하고, 새정련도 의원 윤리감독위원회 설치, 재보궐선거 원인 제공 정당의 공천 금지 등을 추진할 모양이다. 그런데 이것들은 이미 지난 선거때 다투어 내놓았던 혁신안들이므로 지금 바로 말 없이 실천만 하면 될 일인데, 굳이 또 위원회까지 만들어서 새삼스러운 `결의`까지 하는 이유가 뭔지 의문이다. “말 앞세우는 사람 실속 없다”는 속담도 있지만, 부디 이번만은`면피성 홍보용`이 아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