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인권·식량은 국제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인 데, 이번 유엔총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이 문제를 거론한다 해서 북한 당국이 입에 담지 못할 욕설 폭언을 퍼부었다. 북한의 말버릇이란 늘 국제조폭이나 시정잡배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니 새삼 고깝게 여길 일은 아니다. 우리 속담에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고 했으니, 웃는 얼굴로 “대화하자”며 접근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덜 위험하다. 항상 양면성을 가지고, 웃는 얼굴 뒤에 비수를 감추고 있는 것이 그들의 `혁명전략`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걱정해야 할 부분이 북한 어린이들이다. `세계식량기구(WFP)`슈테겐 북한 사무소장이 최근 서울에 와서 “먼저 북한 어린이의 영양상황을 봐야 한다”고 호소했다. 북한 어린이 3분의 1이 발육부진을 겪고 있으며, 이것은 두뇌 및 신체잠재력 훼손으로 이어져 고질적 질환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WFP가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40%밖에 모금하지 못했고, 북한내에 운영하던 영양강화식품공장 7개중 5개가 문을 닫았다고 전한다.

그는 “이런 상황은 중장기적으로 북한 주민의 신체 및 사고능력 저하로 이어져 통일 후에도 큰 부담으로 남을 것”이라 했다. 북한에 지원하는 식량이 북한 당국에 의해 군수품으로 전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그는 “전용할 수 없도록 확실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한 달에 200회, 연간 2천회 이상 무작위로 가가호호 방문조사한다고 설명했다. 북한 어린이들이 극한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영양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최상의 통일준비가 될 것이다.

탈북여성 박사 2호인 이혜경 (사)새삶 대표 약사는 “북한 아이들이 전염병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있다”고 했다. 우리도 6·25때 경험한 일이지만, 영양실조 상태에서 전염병이 돌면 아이들이 먼저 희생된다. 그는 북한을 `거대한 전염병 서식지`, `전염병 백화점`이라고 했다. 1989년 홍역이 휩쓸었고, 90년대에는 `옴`이라는 피부병이 창궐했으며, 94년 10월에는 콜레라가 전국에 퍼졌다. `고난의 행군`기간에 식량난으로 수백만 명이 굶어죽는 데, 콜레라까지 겹쳐 나라가 아비규환이었다. 95년 여름에는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발진티푸스 등 온갖 열병이 한꺼번에 덮쳤다.

배급제가 무너지면서 장마당이라는 시장이 생겼는데, 이 때부터 성문란 풍조가 나타났고, 임질이라는 성병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도 전염병은 숙지지 않았고, 요즘에는 가을에 발생하는 유행성출혈열이 기승을 부린다. 이혜경 박사는 “기아와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북한 어린이부터라도 우선 구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북한 인권도 국제사회가 다루어야 할 과제지만, 더 우선돼야 할 것이 북한 어린이 구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