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원정대 실종대원 가운데 포항 출신인 이모씨(36) 대원이 평소 지역산악인들의 사이에 신망이 두터웠을 뿐만 아니라 둘째 아이가 백일을 맞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친지들에 따르면 사내커플인 부인과 단란한 가정을 이뤄온 이 대원은 4살난 아들에 이어 지난 4월22일 원정 길에 오르기 전 딸을 얻었는데 사고가 알려진지 이틀만인 지난 10일 백일을 맞았다.

이 사연이 알려지자 이날 사고대책본부가 마련된 포항종합운동장의 경북산악연맹을 찾은 관계자들은 남편의 소식을 기다리다 못해 주위 친지들과 대책본부를 찾은 부인에게 위로의 말 조차 건네지 못하는 참담한 표정이었다.

이 대원의 등산과 직장 선배인 한 연맹 임원은 “자녀의 출생으로 집안 일을 앞둔 후배가 원정대에서 빠지도록 말렸어야 했다”면서 “선배로서 후배의 부인을 무슨 낯으로 보겠느냐”며 말끝을 흐렸다.

이 대원은 3남1녀 가운데 세째로 포항시 북구 기계면 현내리 고향집을 부친(70)이 아직 농사를 지으며 지키고 있는데 포철공고를 졸업, 포항제철소 기계설비부에 근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소식을 듣고 연맹 사무실에 모여든 선후배들은 그가 “등산 기량도 좋았지만 그 보다 유머 감각과 친화력에다 의협심이 좋아 산악인들 사이에 인기가 좋은 사람” 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북산악구조대에서 함께 활동한 홍기건(53)경북연맹 기술이사는 “해외원정을 함께 해보면 극한 상황에서 대원들의 숨겨진 인간성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힘든 상황에서도 평소의 태도를 잃지 않던 화형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기억했다.

또다른 선배 김모(43)씨는 “이 대원은 내가 물려준 플라스틱 고산등산화를 신고 있을 것”이라며 “첫 원정인 2000년 낭가파르밧(8천125m) 등정에 성공한 기량으로 반드시 살아올 것”이라고 기원했다.

한편 이 대원은 지난 2000년 밀레니엄 낭가파르밧 원정, 2002 포스코 쉬모캉리 원정에 이어 이번이 3번째 해외원정이며 현재 경북산악구조대 총무를 맡고 있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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