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람
김경희 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 도우미

▲ 포항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에서 9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김경희 씨.

연간 7만4천여명의 사망자를 유발시키고 8천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국내 사망원인 1위인 암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절망을 안겨주고 있다.

수술과 항암치료로 새로운 삶을 얻기도 하지만 암세포가 퍼져 회복가능성이 사라지고 기대수명이 예측될 경우 `말기 암환자`라는 꼬리표가 붙어 우리 사회 저편으로 멀어지게 된다.

9년째 `말기 암환자` 돌봐
간병인서 상담사역할까지
환자들에 더 많은 것 배워

각종 수술과 항암치료로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돌던 이들이 최종적으로 향하는 곳이 호스피스 병동. 삶의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죽음은 두려움 혹은 공포가 아닌 아름다운 한 장의 추억이라는 것을 전하는 이가 있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포항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9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김경희(61·여·포항시 남구 대잠동)씨가 바로 주인공.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김씨는 지난 2005년 자신이 다니고 있는 성당의 소개로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김씨는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20여명의 다른 봉사자들과 조를 나눠 일주일에 한 번씩 호스피스 병동을 찾아 환자들의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봉사자들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씻겨주는 간병인 역할에서부터 죽음을 앞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좌절에 빠져있는 환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주는 고민상담사 역할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씨는 처음에는 단순히 환자를 돕는다는 심정으로 봉사에 참여하게 됐지만 오랫동안 병동을 오가면서 수많은 환자를 만나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그녀는 “몇년 전에 간암으로 호스피스 병동에 왔다가 세상을 떠난 40대 남성에 대한 기억은 아마도 평생토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일반적으로 환자들이 이곳에 오게 되면 슬픔에 잠겨있거나 분노에 가득찬 표정을 짓고 있지만 그 남성은 병실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단 한 순간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다. 이 남성의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밝은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아 이유를 물으니 `죽음 이후에 또다른 세상이 나를 찾아올 것인데 무엇이 두려운가`라며 반문했다. 처음에는 이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종교적인 의미로 해석해보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이 남성은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온지 2달여만에 숨을 거뒀고, 그의 임종을 지켜본 많은 환자들과 봉사자들은 죽음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계기로 삼게 됐다.

“죽음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세계에 먼저 발을 디딘다는 부분에서 두려움이 큰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아직까지 경험해보지 못해 잘은 모르지만 환자들이 갖고 있는 이같은 두려움을 최대한 덜어주고 편안한 상태에서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돕고 있습니다”

이렇듯 죽음에 대한 공포로 실의에 빠져있는 호스피스 병동 환자들을 수년간 돌보며 곁을 지키고 있는 김씨는 `백의의 천사`와는 또다른 의미의 천사로 다가오고 있다.

/박동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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