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계에서 들려오는 잡음은 너무나 수치스럽다. 태권도 종주국 한국이 그 자긍심을 지키지 못하고 자부심에 흠집을 남겼다. “태권도계의 비리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내가 죽는 수밖에 없다”며 자살한 아버지가 있었다. 비리를 척결하는 일에 목숨을 걸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경주와 포항은 옛 신라의 중심지였고, 신라는 태권도의 발상지인데, 이곳에는 굵직한 태권도 대회가 열린다. 태권도 종주국 한국, 그 중에도 발상지인 이곳에서도 비리가 있었다.

지난해 5월 서울 국기원에서 열린 서울시 태권도 대표 선발전(고등부)에서 승부조작이 있었다. 누가 봐도 월등한 실력을 보이며 5:1로 앞서 가던 전모(17)군이 최모(18)군에게 반칙패를 당했다. 경기 종료 50초를 남기고 심판이 전군에게 경고 7개를 주어 누적경고 8개를 받은 것이다. 경기 직후 전 군의 아버지(당시 47세·태권도 관장)은 편파판정이라며 항의했으나, 비리의 두꺼운 벽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고, 비리를 고발하는 유서를 써놓고 자살하자, 서울 태권도협회는 비로소 진상조사에 들어갔는데, 여기서도 기껏 `경기운영 미숙`으로 처리됐다.

그러나 경찰청 특수수사대는 “서울시 태권도협회 전무 김모(45)씨 등의 지시에 따라 주심이 고의로 전군에게 경고를 남발, 승부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심판 김씨를 구속하고, 관계자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승부조작으로 이긴 최군의 아버지는 모 대학 태권도학과 교수라는 점이 충격적이다.

승부조작은 한국 체육계의 치명적 수치이고, 그것은 알게 모르게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으며, 이것을 밝혀내는데는 목숨까지 걸어야 할 정도이다.

그런데 그 비리가 포항에서도 있었다고 한다. 승부조작은 아니지만, 지난달 포항에서 열린 태권도한마당 행사의 개·폐회식 용역업체 선정에 국기원의 임원이 개입, 평가를 조작했다고 한다. 조직위원회 관계자의 양심선언으로 밝혀졌고, 개·폐회식 행사 대행업체 선정 과정에서 `평가 서류 조작`등의 혐의로 국기원 임원 L씨를 대검찰청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15일 포항북부서 강력4팀 관계자는 “비리의혹을 받고 있는 국기원 관계자들이 혐의를 일부 인정했으며, 진술과 물증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이렇게 악취가 풍기지만, 청소년들은 아름다운 모습을 보인다. 청도 풍각중학교(교장 박지애) 태권도 선수단은 제26회 경북도지사기 태권도대회에서 참가선수 전원이 입상했다. 8개 체급에서 금메달 5, 은메달 1, 동메달 2개를 따낸 것이다. 태권도 전용 훈련장도 없는 여건에서도 태권도의 참된 의미를 실천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이같이 순수하게 자라는 태권도 꿈나무들이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않도록 지도자들이 대오각성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