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 찬반 투표로 영국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스코틀랜드 결전(Scotland Decides)`의 날이 바로 오늘(18일)로 다가온 것이다. 곧 발표될 결과를 두고 스코틀랜드 주도(州都)인 에든버러에서도 분위기가 심상찮다. “반드시 독립해야 한다”며 자신감을 보이는 시민도 있고 “그래도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독립해서 좋을 것이 없다”며 분리 독립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는 등 혼란에 빠지고 있다.

대영제국을 일컫는 `Great Britain` 영국은 잉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등 4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는 연합왕국이다. 스코틀랜드인들 중에 스코틀랜드가 분리 독립할 경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군주로 인정하지 않고 공화국을 선포하겠다는 강경파들도 있다.

유럽 사람들은 런던이나 잉글랜드에서 멀어질수록 이국적이라고 꼬집는다. 같은 영국이지만 잉글랜드 사람들은 아일랜드사람이나 웨일즈인, 스코틀랜드인을 마치 외국인 취급을 하며 잘난 체 한다는 것인데 특히 스코틀랜드인을 두고 “고집이 세고 매력이 없다”는 불평을 자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앙금으로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축구경기를 할 경우 스코틀랜드인은 프랑스를 응원할 정도다. 프랑스를 두고 개구리 잡아먹는 나라라고 영국이 비아냥거리면 음식에 대해 무지의 극치를 드러내는 영국이라고 으르렁거리는 두 나라가 아니던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는 역사적으로 인접해 있으면서도 사이는 그리 좋지 않았다. 1707년 스코틀랜드의 경제 위기가 봉착하자 잉글랜드는 프랑스를 견제하기 위해 두 나라의 합병에 동의하게 된다. 오늘날까지 307년의 동거역사는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영국영토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스코틀랜드는 켈트족이지만 잉글랜드는 앵글로색슨족으로 이뤄져 있다.

스코틀랜드의 독립이 확정될 경우 유임이 무난할 것으로 보였던 캐머런 총리의 사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43세의 나이에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최연소 영국 총리에 오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다. 이 야심만만한 정치인은 지난 2012년 세계사에 기록될만한 정치적 `오판`을 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스코틀랜드에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반(反) 잉글랜드 정서가 들끓자 민심을 달래기 위해 스코틀랜드의 오랜 열망인 분리 독립 주민투표를 허용한 것이다. 당시 여론의 추이로 보아 분리 독립의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역사적 배경 등으로 볼 때 스코틀랜드가 영국에서 분리돼야 하지만, 경제적 손익을 따질 때는 그대로 머물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에 반대논리를 펴는 사람들도 많다. 현재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원유를 생산하고 있지만, 이 중 90%가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북해유전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독립 찬성론자들은 북해유전수입만으로도 스코틀랜드의 경제는 더욱 활성화되고 엄청난 고용창출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립을 지키던 영국 왕실도 급기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고 미국도 분리 독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분리 독립이 현실화되기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만약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와는 마냥 먼 나라만의 얘기가 될 것인가? 물론 수년간의 절차를 거치게 되겠지만 EU(유럽연합)체제의 변화에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와 EU는 FTA를 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서 영국의 파운드화를 계속 사용할지 여부와 EU와 나토 재가입 여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현재 런던에 있는 금융시장의 중심축이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옮겨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우리는 수출 및 경제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앞으로 영국 외에 스코틀랜드 공부도 별도로 해야 할 정도의 변화무쌍한 국제 정세다. 만약이라는 단서가 붙었을 경우에 한해서지만….